태국 왕대비 시리킷 93세 일기로 별세…혈액 감염 등 지병 악화

2019년부터 입원 치료…왕실, 1년 공식 애도 기간 선포
패션과 외교의 상징이자 반(反)탁신 정치 흐름에 영향력

 

태국 국왕 마하 와치랄롱꼰의 모친인 시리킷 왕대비가 향년 93세로 서거했다.

태국 왕실은 25일 성명을 통해 "전 왕비이자 현 국왕의 모친 시리킷 왕대비가 93세 일기로 전날 밤 서거했다"고 밝혔다.

왕실 발표에 따르면 시리킷 왕대비는 2019년부터 여러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혈액 감염까지 겹쳐 상태가 악화해 10월 24일 밤 9시 21분 방콕 쭐라롱꼰 병원에서 별세했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왕실 구성원들에게 1년간의 공식 애도 기간을 지시했으며, 25일 아침부터 태국 방송 앵커들은 검은 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하며 국민적 애도의 분위기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태국은 왕실 모독죄법이 엄격하게 집행되어 고인이라 할지라도 왕실에 대한 비판이 금지된다.

시리킷은 태국 최장기 재위 군주였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배우자로, 66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패션 아이콘이자 국민적 어머니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서구 언론은 그녀를 재키 케네디에 비유하며 잡지 표지에 실었고, 태국 내에서는 황금 장식의 초상화가 전국 곳곳에 걸릴 정도로 왕실에 대한 존경이 깊었다.

시리킷은 1960년대 전성기 시절 미국 대통령들과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유명 인사들과 교류했으며, 국내에서는 오지 마을을 순회하며 주민들을 직접 만나 복지 사업을 펼쳤다. 시리킷의 생일인 8월 12일은 태국의 '어머니의 날'로 지정되어 국민적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공식적으로 태국의 군주제는 법적으로 정치적 권한은 없다. 하지만 쿠데타와 불안정한 정부가 지배했던 태국의 근현대사에서 시리킷 대비를 포함한 왕실 인사들은 종종 개입하거나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취했다.

1998년 시리킷 대비는 생일 연설을 통해 당시 총리였던 추안 릭파이에게 태국 국민들이 단결할 것을 촉구하여, 야당이 새 선거를 유도하기 위해 계획했던 불신임 투표 계획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후 그는 왕당파 정치 운동인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 동맹(PAD)과 연관되기도 했는데, PAD 시위는 포퓰리즘 성향의 전 통신 재벌인 탁신 친나왓이 이끌거나 연합한 정부들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있다.

2008년 시리킷 대비는 경찰과의 충돌로 사망한 PAD 시위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친(親)탁신 정부를 축출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시위에 대한 왕실의 지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현재 태국을 통치 중인 짜끄리 왕조는 1782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으나,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아직 공식적인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그는 총 7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그중 4명의 아들은 이전 결혼에서 태어났으나 공식적으로 왕실에서 제외되었고, 현재 20세인 디팡콘 라스미요티 왕자가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시리킷 왕대비의 시신은 방콕 왕궁 내 두싯 톤 홀에 안치되어 국민들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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