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워싱턴주 단풍 ‘짧고 빨리’ 물든다

가뭄과 고온 여파로 색감 덜 선명… “10일가량 빨리 절정 맞을 듯”


워싱턴주 곳곳에 가을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지만, 올해 단풍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와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장기간 이어진 가뭄과 높은 기온이 나무들의 생리 변화를 앞당기면서, 주 전역의 단풍 시기가 짧고 색감도 다소 탁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큐웨더 수석기상학자인 폴 파스텔록은 “보통 북부 캐스케이드 지역은 10월 중순, 나머지 지역은 10월 하순에 단풍이 절정에 이르지만, 올해는 약 1주에서 10일 가량 빠를 것”이라며 “주 대부분이 중급 이상 가뭄 상태로, 나무들이 스트레스를 느껴 생장을 조기에 멈추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물들려면 여름철 충분한 습도와 9월의 서늘한 밤이 필요하지만, 올해는 낮과 밤 모두 이례적으로 따뜻했다”며 “곧 북태평양에서 유입될 폭풍이 낙엽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어, **올해는 ‘일찍 보는 사람만이 진짜 단풍을 볼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을 단풍의 색은 시간의 흐름과 온도의 변화에 따라 만들어진다. 낮이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잎의 엽록소가 분해되며 숨겨져 있던 색소들이 드러난다. 그중 카로티노이드가 노란색과 주황색을, 타닌이 갈색을 남긴다. 단풍의 선명도는 기상 조건에 크게 좌우되며, 건조하거나 갑작스러운 서리가 내릴 경우 색이 탁해지고 조기에 낙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웹사이트 ‘SmokyMountains.com’의 단풍 예보에 따르면, 워싱턴 서부 지역의 절정 시기는 다음과 같다. 왓콤·스캐짓·클랠럼·서스턴·야키마 카운티는 10월 7일경, 셸란·키티타스 카운티는 10월 14일경, 킹·피어스·스노호미시·제퍼슨·메이슨·그레이스하버·키사프·퍼시픽·루이스·카울리츠·클라크·스카마니아 카운티 등은 10월 21일 전후로 예상된다.

워싱턴대(UW) 식물원 부소장이자 큐레이터인 레이 라슨은 “시애틀의 경우 보통 10월 셋째 주가 단풍의 절정인데, 올해는 조금 앞당겨질 수 있다”며 “이미 일부 나무에서 색 변화가 시작됐지만, 남은 2~3주간 날씨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의 대표적인 단풍 명소인 워싱턴 파크 식물원(Washington Park Arboretum)에서도 시민들이 일찌감치 가을 정취를 즐기고 있다. 

시애틀 주민 리플리 리버스는 “이맘 때가 늘 가장 아름답다”며 “안개 낀 아침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단풍을 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라슨은 “워싱턴주는 동부처럼 산 전체가 붉게 물드는 풍경은 아니지만, 짙은 상록수 사이로 번지는 단풍의 대비가 서북미 특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며 “이 독특한 색의 조화가 우리 지역 단풍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올해 워싱턴의 단풍은 예정보다 빠르게 찾아오고, 짧게 머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을,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 산길이나 공원을 찾는다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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