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심갑섭]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심갑섭(서북미문인협회 이사장)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


겨울은 쓰라린 분노로 얼어붙었다

삼천리는 경악할 음모와 괴담으로 뒤덮인다

폐수처럼 방류된 언어의 쓰레기가 썩기를 거부한다

추악한 들쥐 떼는 무리를 지어 열차로 뛰어든다

무지한 막차는 막무가내 질주하고 아직 봄은 멀다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거리로 나선다


거짓은 슬며시 잠입하여 빛의 천사를 가장한다

속아 넘어간 자들은 가짜에 취해서 주정을 부린다

인화되지 않은 필름은 커튼 뒤에서 실체를 왜곡한다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이 바둑판 위에서 포석을 기획한다 

미소 뒤에 숨긴 이빨이 어둠속에서

기회를 엿보며 조작된 발표를 발포한다


둑이 무너지기 전에 일어나는 전조현상은 은밀하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으로 짓누르고 퇴적시킨다

정의를 빌미로 정의를 유린한 집단이 토해낸 배설물

세월에 찌든 시간은 통증을 잊고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진다 

메마른 흔적은 시류를 따르고 길이 하나씩 사라진다

낡은 옷을 벗지 못한 사람들이 멈추었다


낌새가 드러날 때는 이미 늦다

어설프게 착한 자는 먹잇감이 되고

탐관오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역자로 전락한다

가해자도 피의자도 숨어 버린 시간 끌기에 술래만 난감하다 

빛이 잠든 후에야 보이는 어둠의 실상

역사의 눈은 이제 요란한 허상을 쫓지 않는다


움직이는 그림자는 꼭두각시다

도도한 물결에 초점을 맞추고 다가간다

은하수의 강이 여의도에 내려 앉고 뭇별이 밝다

어둠이 퇴각하고 도시가 숨을 내쉰다

시국을 널 뛰던 별들의 어깨가 추락한다

응원봉의 함성이 서울의 봄을 일깨운다


2024년 12월 4일 새벽 1시 1분!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제목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목록
목록

한인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