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금발의 이태원 참사 유가족, 3년 만에 방한…'울음바다'

3주기 나흘 앞두고…외국인 희생자, 추모행사 참여 '눈시울'

"아직 믿을 수 없다" 눈물에 위로…14개국 46명 방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나흘 앞둔 25일, 참사 당시 희생된 외국인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추모행사에 참여해 눈물을 흘렸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추모식을 진행했다. 추모식에는 외국인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참석했고 이들 대부분은 참사 이후 처음 이곳을 찾았다.


행사에 앞서 폭 2미터 남짓 좁은 골목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헌화하는 시민들은 물론 벽면에는 '같이 걷겠습니다', '희미해지는 죽음이 아니라 더 기억하고 고민하는 것이 되기를'과 같은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행사에 앞서 도착한 보라색 점퍼를 차림의 유족 몇몇은 이미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후 1시가 조금 지나자 외국인 희생자의 가족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이들 또한 보라색 점퍼 차림이었다. 서로를 마주한 유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참사 희생자 고(故) 이상은 씨의 이모 강 모 씨는 이날 호주 희생자 그레이스 라셰드 씨의 어머니와 이란 희생자 알리 씨의 가족을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강 씨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외국인 유가족 초청을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져 다행"이라며 "그레이스의 어머니와는 예전부터 이야기했고 알리의 가족은 이제야 처음 직접 만나게 됐다"고 했다.


헌화가 끝난 후 오후 2시쯤 4대 종교(기독교·불교·원불교·천주교) 추모예배가 진행됐다. 히잡을 쓴 이들도, 금발의 외국인도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숙였다. 예배에 참석한 대학생 한 모 씨(25)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왔다"면서 "내 나이대 친구들이 그만큼 많이 세상을 떠났다는 게 몇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2시 30분쯤 예배를 마친 이들은 참사 3주기 시민추모행진에 나섰다. 행진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출발해 대통령실과 서울역, 남대문을 지나 서울광장 추모대회로 이어졌다. 행진이 종료되고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도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노르웨이 출신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의 어머니는 "제 딸은 한국이 아주 안전하고 멋진 나라라고 믿었다"면서 "부모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내용의 연락을 받은 지 3년이 지났다, 아직 내 딸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카자흐스탄 출신 희생자 세르니야조브 마디나의 언니는 자리에 올라 "마디나는 한국을 정말 사랑했고, 한국을 언제나 특별히 생각했다"면서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마디나가 아직도 여기서 살면서 친구를 만나고 공부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에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방한한 외국인 유족은 총 46명이다. 참사 당시 희생된 외국인 26명 중 21명의 가족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는 모두 14개국 국적의 외국인이 포함돼 있다. 이번 방한자들의 국적은 이란·러시아·미국·호주·중국·일본·프랑스·오스트리아·노르웨이·스리랑카·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12개국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24일 입국해 6박 7일 동안 머무르며 추모행사, 유가족 간담회, 특별조사위원회 방문, 그리고 29일 열리는 정부 공식 추모식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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