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법안 두고 의협-한의협 갈등 심화

한의협 "한의원서 진단·치료 한번에 끝낼 수 있어 환자 편의"

의협 "한의학서 엑스레이 사용 증명 안돼…비전문가, 환자에 위험"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양측은 각각 진료 안전과 환자 편의를 내세우고 있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기관 개설자나 관리자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경우 안전관리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이달 초 발의했다. 한의사가 별도의 의사나 방사선사를 두지 않고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에 대한 입법예고(10월 13∼22일) 마감 하루 전날인 22일 오후 4시 30분까지 1만 9000여 건의 의견이 등록됐다. 이중 비공개 글을 제외하고, 법안에 찬성한다는 내용은 4000건, 반대한다는 내용은 1만 2400건이다.


현재 한의원에서는 엑스레이 등 방사선 기기를 직접 사용할 수 없다. 허리통증이나 무릎 부상 환자가 한의원에 내원하면, 한의사는 촉진과 문진 등으로 상태를 파악한 뒤 엑스레이 촬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병원이나 영상의학과로 의뢰서를 써서 보낸다. 환자는 병원에서 촬영을 마친 뒤 다시 한의원으로 돌아와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일이 소요되고, 병원 진찰비·촬영비와 한의원 재진 비용이 따로 발생한다.


한의협은 절차 간소화와 환자 편익을 이유로 법안이 신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석희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지금은 한의원→병원 촬영→한의원 재방문으로 비효율이 크다"며 "엑스레이가 허용되면 한의원에서 즉시 확인하고 치료를 한 번에 진행할 수 있어 환자의 시간·비용 소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이중 진찰비를 줄여 건강보험 재정 누수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목 염좌 등에서 미세 골절 여부를 즉시 확인해 침·추나치료 계획을 정밀하게 세울 수 있다"며 "한의대 정규과정에 영상 관련 기초교육이 있고, 방사선 안전교육을 이수해 법적 기준에 따라 운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의협은 안전성과 학문적 근거를 문제 삼는다. 엑스레이는 고도의 전문성과 해부학적 지식이 있어야 하는 의료장비로, 비전문가가 사용할 경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방사선은 피폭량이 적더라도 누적될 경우 암이나 백혈병 등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고 특히 소아나 임신부에게는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한의협의) '학교에서 배웠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사람을 진찰하는 의료영역에서 특정 검사가 어떤 질환의 진단·치료에 실제 이득을 주는지 연구 결과로 증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의학은 의학과 출발과 방법론이 다른 학문이다. 한의학적 진단·치료에서 엑스레이가 어떤 이점을 주는지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며 "편의만으로는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 편의만 본다면 근골격계 증상은 처음부터 정형외과를 찾는 것이 더 빠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방사선 노출은 누적 위험이 있어 안전관리 체계가 전제돼야 하고 한의원이 촬영한 영상을 병원에서 재판독하는 상황이 늘면 의료비 중복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의협은 23일 서 의원의 지역구인 부천사무소를 찾아 해당 법안을 강력히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 안전을 전제로 제도의 영향과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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