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기후보다 인류건강에 더 투자할 때”…비판에도 입장 고수

“온난화는 이미 진행 중…이제는 질병과 영양실조로 인한 고통 줄여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적 자선단체인 게이츠재단의 이사장인 빌 게이츠가 “기후변화 대응보다 인류의 건강과 생존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게이츠는 지난 주 자신의 웹사이트에 공개한 17쪽짜리 메모에서 “제한된 자원 속에서 기후 대응과 공중보건은 경쟁 관계일 수 있다”고 밝히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 강연에서 그는 “입장을 번복할 생각이 없다”며 비판을 일축했다.

게이츠는 “전 세계는 이미 따뜻해지고 있으며, 이제 현실적으로는 기후 변화의 피해를 줄이는 것보다 가난한 나라의 질병·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이 발표한 2025년 온실가스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를 언급하며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0~2.4도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낙관적이며, 실제로는 3도에 가까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이츠는 “진짜 측정 기준은 온도 상승이 아니라, 지구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얼마나 도울 수 있느냐”라며 “기후변화 대응 기술에 붙는 ‘그린 프리미엄’을 줄이고, 과학 혁신을 통해 빈곤국의 배고픔과 질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후 과학자들은 게이츠의 접근법이 기후와 빈곤 문제를 인위적으로 분리한다고 비판했다. 기후학자 캐서린 헤이호는 “기후변화는 질병과 기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마이클 만 교수 역시 “게이츠는 현재 사용 가능한 청정에너지 기술보다 미래 기술 개발에만 기대고 있다”며 “우리는 수십 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게이츠는 이날 “비판자들은 자원이 얼마나 한정되어 있는지 간과하고 있다”며 “숫자의 문제(numeric game)”라고 반박했다. 이어 “기후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사는 세상만 보는 것 같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자신을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돌아선 사람”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완전한 오독(misreading)”이라며 반박했다. “나는 여전히 기후운동가이자 아동생존운동가이며, 여러분도 그래야 한다. 그것이 모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최근 자선재단의 일부 자금을 기후 프로젝트에서 인류 건강 연구로 전환했으며, 미국 정부가 해외 원조를 축소한 상황에서 빈곤국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핵융합 발전과 기후공학(geoengineering) 등 첨단 기술을 통한 장기적 해결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 위기 대응과 인간 생존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게이츠의 발언은, 전 세계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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