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원 보석 털린 루브르 박물관…관장 "보안 카메라 없었다"

프랑스 상원 청문회 답변…"카메라 한대, 다른 쪽 비춰"
"유리 피라미드로 현대화 착각…실상은 보안 인프라 낙후"

 

루브르 박물관 관장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도난범들이 1억 달러 이상의 보석을 훔치기 위해 2층 발코니에 침입했을 당시 이를 비추는 감시 카메라가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로랑스 데카르 관장은 이날 오후 열린 청문회에서 도난이 발생한 아폴론 갤러리 동쪽 발코니가 박물관의 감시 시스템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범인들은 지난 19일 개장 시간 중 트럭에 설치된 사다리를 이용해 해당 발코니를 통해 침입했다.

데카르 관장은 “아폴론 갤러리 측에는 서쪽을 향한 카메라 한 대만 설치돼 있어, 침입이 발생한 발코니는 촬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사건 발생 4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용의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난당한 나폴레옹 시대 유물들의 보석이 원재료로 분해돼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범인들이 개장 시간 중 거리낌 없이 박물관에 접근한 점은 프랑스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범죄자들은 새로운 수법을 활용하는데 박물관은 보안이 극도로 취약한 점이 청문회에서 도마에 올랐다.

데카르 관장은 “세계 최대 박물관이 가장 귀중한 유물을 지키기 위한 기술 인프라가 완전히 낙후됐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참담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사건 직후 라시다 다티 문화부 장관에게 사임 의사를 전달했지만, 장관은 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부터 관장직을 맡아온 데카르 관장은 루브르의 가장 큰 약점은 주변 보호 장치의 부족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장기간에 걸친 장비 및 인프라 투자 부족의 결과"라고 말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마지막 대규모 개보수는 1980년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시절에 진행됐으며, 당시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I. M. 페이가 역사적 장소에 걸맞은 입구 설계를 맡았다. 현재 박물관의 상징인 유리 피라미드 입구는 1989년 대중에게 공개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품을 전시하는 루브르 박물관에 현대적 이미지를 부여했다.

데카르 관장은 “당시 개보수가 박물관이 완전히 현대화됐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 프로젝트도 벌써 40년이 지났고, 시설은 수명을 다한 상태”라고 말했다.

데카르 관장은 지난 1월 다티 문화부 장관에게 루브르 박물관의 노후화가 심각하며 대규모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AFP가 입수한 프랑스 회계감사원의 2019~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루브르의 보안 설비 개보수는 계속 지연되고 있으며, 한 구역의 4분의 1만 영상 감시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오전 9시 30분쯤 루브르 박물관 아폴론 갤러리에 전동 공구를 든 4인조 강도가 침입, 단 7분 만에 프랑스 왕실 보석 8점을 훔쳐 달아났다. 이들 보석의 가치는 1400억 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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