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보드 강도' 해달, 美캘리포니아 해안에 2년 만에 다시 출몰

해달·서퍼 모두 늘어나며 접촉 증가
환경단체 "해달에 더 많은 공간 필요"

 

서퍼들의 성지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 마을 산타크루즈에 2년 만에 또다시 서핑보드를 훔쳐 가는 해달이 등장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서퍼와 해달의 수가 함께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 활동 반경까지 겹쳐,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사벨라 오르두나(21)는 지난 15일 산타크루즈 해안에서 서핑을 마치고 해변으로 돌아가던 중, 발에 무언가 닿는 느낌을 받고는 별안간 물에 빠졌다.

수면 위로 올라온 이사벨라는 자신이 타고 있던 서핑보드에 해달이 앉은 모습을 보았다. 보드를 뒤집거나 소리를 질러 해달을 쫓아내려 했지만, 해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해변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911에 신고했다. 이사벨라는 안전요원의 도움을 받아 해변으로 나올 수 있었고, 이어 안전요원은 해달과 잠시 실랑이를 벌인 끝에 서핑보드까지 수거했다.

이 사건 다음날인 16일에도 또 다른 서퍼가 해달에게 서핑보드를 빼앗기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23년 산타크루즈에는 '841'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암컷 해달이 여러 서핑보드에 올라타고 포획을 피해 도망 다니는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지역 명물이 된 해달의 포획을 반대하던 주민들도 있었다. 주민들은 해달을 쫓는 당국 직원들에게 야유를 보내고, '해달로 사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는 티셔츠를 입고 해달을 응원하기도 했다.

결국 당국은 해달이 임신했음을 알고 포획 작전을 중단했다. 해달도 새끼를 낳은 뒤로는 서핑보드를 빼앗으려 드는 행동을 멈췄고, 북쪽 해안으로 이동한 뒤로는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타크루즈 지역에서 해달과 서퍼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이들이 조우하는 빈도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 포유류 보전단체 '해달을 이해하는 사람들'(Sea Otter Savvy)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의 개발 지역에 서식하는 해달은 일평균 6번씩 인간의 활동으로 방해를 받는다.

'해달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국장 겸 수석과학자 지나 벤탈은 "서퍼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가 된 해달을 제거하거나 안락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해달)에게 더 많은 공간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 사회가 힘을 합쳐, 사람과 해달을 포함한 해양 포유류 사이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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