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 회장 "옳다·그르다 말 못하겠다"…신천지 표창·계엄 침묵 '질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서 답변

김철수 적십자사 회장 "신천지와 무관…기독교 신자 해명"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질의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여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김 회장은 "적십자사는 정치·이념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단체"라며 답변을 피했지만, 의원들은 "중립을 핑계로 국민주권을 훼손한 행위를 두둔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회장을 향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조치가 옳았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회장은 "적십자사는 인도주의 정신에 기반한 중립 기관"이라며 "정치적·이념적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백 의원은 "김 회장은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 경선 후보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고, 10여년간 7000만 원 이상 정치 후원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사람이 중립을 내세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적십자사 회장 임명도 윤석열 정부의 영향력 아래 이뤄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날을 세웠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적십자사는 생명과 인권,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인도주의 기관"이라며 "그런 단체의 수장이 계엄 사태에 대해 옳고 그름조차 말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회장은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으나, 질의가 이어지자 "적십자에는 정치·종교·이념적 중립과 공평의 원칙이 포함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위헌으로 판단하고 '헌법질서를 심대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며 "그 판단에 동의하느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그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날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회장의 정치적 행보와 신천지 표창 논란을 함께 거론했다. 서 의원은 "김 회장이 윤석열 대선캠프 공동후원회장을 맡았던 인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적십자사가 신천지 측에 52차례 표창을 수여했다"며 "적십자사가 사실상 신천지의 이미지 세탁에 동원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 관련 불법 정치자금 의혹 제기 현장에 함께 있었느냐"고 묻자 김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신천지는 방역을 방해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단체인데, 적십자사가 인도주의 기관으로서 이런 곳에 표창을 준 것은 공공기관의 품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일"이라며 "김 회장은 책임을 지고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신천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기독교 신자로서 신천지를 혐오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적십자사 회장으로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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