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300억은 불법 뇌물" 대법 판단…檢 수사로 비자금 실체 드러날까

검찰 "수사 중, 대법 판결 취지 잘 검토"
"검찰 판단 계기 될 것"…일각선 국고 환수 주장도

대법원이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65)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4)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을 재임 당시 받은 '불법 뇌물'로 규정하면서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대법 판결 취지에 대해 잘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전날(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 전달한 300억 원을 '불법적인 뇌물'로 규정해 파기환송 했다.

대법원은 2심에서 '1조3808억1700만 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의 핵심 근거로 삼았던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 원에 대해 "불법 뇌물은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며 노 관장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불법적으로 금전을 전달했다면 그로 인해 생긴 이익에 대해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한 행위를 한 사람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민법 조항(746조)을 핵심 판결 근거로 삼았다.

300억 원이 SK그룹 성장에 토대가 됐더라도 돈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 받은 뇌물이라 노 관장은 관련 이익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300억 원의 비자금은 앞서 2심에서 노 관장이 '선경 300억'이라고 적힌 모친 김옥순 여사의 메모 등을 법원에 제출하며 비자금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5·18 기념재단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와 노 관장,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조세범 처벌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재단은 '선경 300억 메모'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존재를 증명해 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단 관계자들, 국고 환수를 요구한 '군사정권 범죄수익 국고 환수 추진위원회'(환수위),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관계자 등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이어갔다.

이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하는 등 계좌 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을 분석하고 비자금의 은닉, 승계 과정 등 행방을 파악하고 있다.

다만 300억 원을 주고받은 노 전 대통령과 최 선대 회장이 모두 사망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약 30년의 시간이 흘러 분석할 자료가 방대해 적지 않을 시간이 흐를 전망이다.

검찰 출신 민만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에서 뇌물로 봤으니 검찰 입장에서도 다시 한번 검토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으로 반드시 뇌물 수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수사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선 비자금의 국고 환수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대법원판결로 노 전 대통령의 돈이 아니라 불법 자금이라는 것이 판명됐다"며 "이 돈은 처음부터 국가 돈으로 국가가 추징해야 하는 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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