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오월 중순

- 21-05-17
- 3,190 회
- 0 건
밥 먹 듯
또
숲에 들어섰다.
진분홍 빛도 고운 쌔몬 베리 (salmon Berry) 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네.
곧 연어 알 처럼
주황색으로 탱글탱글 익어 가겠다.
거의 내 키 만한 고사리가
손바닥을 살살 펴 보이고 있네.
예전엔
입맛 다셔지던 나물로 보이던 것 들 인데
한 해 살이
짙은 그늘에서 살아 갈
어린 아가로 대견해 보이네.
이른 봄
다른 풀들 나오기 전에
노랗게 피어 습지를 채우던
스컹크 캐비지 (skunk cabbage) 꽃 들이 지나가고
벌써
커다란 배추 겉 잎
대여섯 배는 되게 커졌네.
먹음직하게 보이는 이 잎사귀들을 만지거나 입에 대면
독성이 있고 냄새가 독하게 풍겨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깻잎 같이 생겨 반가운 마음에
손 대었다간
쐐기에 물린 것 같이 사흘 퉁퉁 살이 부어오르는
네틀 (nettle)에
민달팽이가 아침을 먹네.
봄 나물 채취하는
동네 사람들은
장갑을 끼고 이른 봄 여린 순들을 꺾어
시금치 처럼 먹고
차를 만들어 마신다지만
나는 한번 되게 쏘인 경험에 손도 안 댄다.
네이티브 어메리칸들이 봄이면 따 먹는다는
머위 랑 흡사한 콜츠풋 (coltsfoot)은
꽃 지고 씨를 맺고 있네.
태평양
바다 안개가
해가 중천에 가까이 갈 때 까지
짙게 깔린 날
나무들에 걸려 물방울이 맺히니
비 오듯 떨어지네.
비 오고.
맑은 날엔
펴 오르는 안개가 품는 물기에
나무들은 자라고 또 자란다.
길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
발도 지칠 때 쯤
길 중간에 큰 나무 하나 따악 버티고 있어
몇 걸음 더 돌아가게 한다.
'여보야,
난 이 나무가 조기 쯤 으로 옮겨가면 딱 좋겠는데....'
아차
입 밖으로 꺼내고 나서
황급하게 주위를 돌아봤다.
여기 이 나무들이 다 들었을라.
벌 받을라
취소
잘못 했어요.
계시는 자리에 그대로 계세요.'
그러게, 그냥
저절로 난 길로 걸으시지...'
길을 내어주는
풀 한포기
나무 하나 하나
다 귀가 있는 것 같아
말도 조심 한다.
문학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