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빅테크 호황’의 끝자락에 서있다

아마존과 MS 감원 여파 등으로 시애틀에 불안감 고조

AI투자 전환 속 ‘테크타운’ 시애틀서 '보잉버스트'연상 


시애틀이 1971년 '보잉 버스트'사태 당시 내걸었던 '불 꺼도 된다(Turn out the lights)' 표어를 다시 꺼낼 준비는 아직 이르지만, 최근 이어지는 대규모 기술기업 감원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시애틀타임스가 분석했다.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빅테크 감원 바람은 지난 주 아마존의 1만4,000명 감원 발표로 절정에 달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폭발적 성장세가 멈추고, 기업들은 인공지능(AI)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대신 채용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시애틀 지역의 테크 업계 내부는 혼란스럽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관리자들부터 스타트업 창업가, 워싱턴대(UW)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들까지 모두가 “이제는 더 이상 안정된 일자리의 상징이 아니다”라는 불안감을 공유하고 있다. 

UW 데릭 주 학생은 “3년 전만 해도 컴공 전공이면 누구나 높은 연봉의 일자리를 보장받았다”며 “지금은 친구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파는 테크 산업을 넘어 주택 건설, 상업용 부동산, 식당 등 시애틀의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잉이 재채기하면 시애틀이 감기에 걸린다”는 옛말처럼, 이제는 “빅테크가 흔들리면 시애틀이 요동친다”고 진단한다.

워싱턴기술산업협회(WTI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워싱턴주 전체 고용의 10%, 임금의 25%가 테크 산업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이번 AI 전환이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경우 그 여파는 주 경제 전반에 걸쳐 클 수밖에 없다.

사실 빅테크의 침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닷컴 붕괴,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비슷한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 더 강하게 성장해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은 양상이 다르다. 

아마존은 “AI 효율화로 인해 단기적으로 인력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코드의 30%를 AI로 작성하고 있다고 한다. AI가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보잉 사태 이후 시애틀의 부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1979년 이전(移轉)에서 시작됐다. 1986년 상장 직후 수천 명의 직원들이 백만장자가 되며 “테크타운 시애틀”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1990~2000년대에는 아마존과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면서 지역 경제를 완전히 뒤바꿨다. 그러나 그 번영의 그림자에는 심화된 소득 격차와 주택난, 그리고 지역 문화의 피로감이 뒤따랐다.

이제 시애틀은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AI 혁신은 새 일자리를 만들지만, 초급 개발자와 신입 엔지니어에게는 더욱 좁아진 취업 문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2022년 이후 워싱턴주의 테크 고용은 6% 감소했고, 25세 미만의 ‘초기 경력’ 인력 고용은 13% 줄었다. 워싱턴대 컴퓨터공학과 지원자 수는 2022년 대비 19%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자연스러운 산업 조정기”로 보면서도, 시애틀이 기업 의존형 경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보잉 버스트(Boeing Bust)’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테크 호황이 만든 도시, 시애틀은 지금 ‘AI 시대’라는 새로운 현실 앞에 서 있다.

성장의 끝자락에서, 도시의 다음 장을 써 내려갈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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