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현금 투자 부담 감당 범위 내…시장 충격 제한적"
"관세 인하로 수출 경쟁력↑…성장률·환율 안정에도 긍정적"

한국과 미국이 29일 관세 협상을 최종 타결하면서 그동안 한국경제를 짓눌러왔던 통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대미 현금 투자 부담을 '총 2000억 달러, 연간 200억 달러'로 낮춘 것과 관련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며,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한 '현실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또한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대미 수출 경쟁력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경주 아시아태평앙경제협력제(APE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의 한미 관세협상 세부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한미 양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 펀드를 △현금투자 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하기로 했다.

특히 현금 직접 투자는 우리나라의 외환 여력을 고려해 연간 200억 달러로 투자 상한을 설정했다. 정부는 투자액을 외화자산 운용수익으로 충당하되, 자금이 부족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 정부 보증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김 정책실장은 "200억 달러는 기본적으로 우리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을 활용할 생각이며, 국내 시장에서 조달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그중에 일부를 기채(국가가 공채를 모집)하더라도 정부 보증채 형식으로 할텐데, 이 역시 국내 시장에서 하지 않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정부가 연간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더라도 우리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한은은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1년 사이 조달할 수 있는 외화 규모가 1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 사이라고 정부에 말씀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양국은 또한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투입하는 1500억 달러는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키로 했다. 국내 기업의 직접투자(FDI)와 보증 등이 포함된 형태로 추진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가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0억 달러는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줄었기 때문에 협상은 기대보다 잘됐다"며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10년 정도 지나면 또 우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5.10.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번 협상 타결은 그동안 한국에 드리웠던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협상 타결에 따라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유지하고, 자동차 등 품목관세를 현행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발효 시점은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첫날로 소급적용 하도록 돼 있어 11월 1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무엇보다 우리 보유 현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더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미 투자 수익 배분을 양국이 5대5로 나누는 구조도 눈길을 끈다.

양국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대미 투자의 수익 배분을 절반씩 분배하되, 일정 기간 내 한국이 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지 못할 경우 배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익 분배 구조가 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2029년 1월까지 투자 약정을 한 점도 현실적"이라며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의 협상 결과"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성장률 하방 리스크와 환율 불안정성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여지가 크다"며 "환율 안정과 내수 회복이 맞물리면 연간 1%대 성장률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