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절고, 전기 고문에 얼굴 검붉은 사람도"…악몽 같았던 1주일

친구 제안에 캄보디아행 20대…4000만원 주고 탈출
귀국 후 안 돌아오자 "가만두지 않겠다" 협박도

 

"다리를 저는 사람도 봤고…전기고문으로 얼굴색이 검붉게 된 사람도 있었어요."

캄보디아 내 중국인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웬치'(범죄단지)에서 1주일간 일했다는 A 씨(20대)는 1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캄보디아로 향했다. '주식 상장을 앞둔 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제안을 받고서였다.

실상은 달랐다. A 씨는 "캄보디아 국제공항에 도착 후 마중 나온 밴에 오르자, 휴대전화와 여권을 빼앗겼다"며 "그렇게 20여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A 씨가 도착한 곳은 보이스피싱·로맨스스캠 등 온라인 범죄 조직의 근거지인 '웬치'였다. A 씨는 이곳에서 로맨스스캠 업무를 담당했다.

A 씨는 "처음엔 범죄 집단인 줄 몰랐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일 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수익을 내지 못하면 감금된 후 구타가 이어지는데 고문으로 다리를 저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텔레그램 채팅방에 전기고문을 당해 쓰러지거나 얼굴이 검붉어진 사람을 올려 심리적인 압박을 줬다"고 말했다.

A 씨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웬치에서 '누가 죽었다고 하더라'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건물에 자체 화장장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웬치' 안에는 식당, 카페, 노래방, 산책로 등이 갖춰져 있었다고 했다.

A 씨는 "한식당을 비롯해 식당은 몇 개 정도 있다. 사비로 먹어야 했었는데 입맛에 너무 맞지 않아서 밥만 먹었다"며 "근무 시간을 제외하면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었는데 제대로 이용한 적은 없다. 그나마 연못이 있는 산책로를 걸었다"고 말했다.

A 씨는 탈출을 결심했다. 그는 자신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중국인에게 '부친이 많이 위독해 한국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범죄조직은 A 씨를 쉽게 풀어주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4000만 원을 내야 했다.

A 씨가 캄보디아로 돌아오지 않자, A 씨에게 일자리를 소개했던 친구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왜 돌아오지 않느냐",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을 이어나갔다.

귀국 후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큰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한편, 캄보디아 내 범죄 단지에서 활동하다 유치장에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은 이날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송환됐다. 이들은 호송 차량 23대 등을 타고 충남경찰청 등 6개 관할 경찰관서로 압송돼 조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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