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마 이민자 구금센터, 비위생적 식사·열악한 의료 논란 확산

“생닭 제공되고, 의료진 부족 심각”… 수천건 민원 제기에도 감독은 ‘불투명’


타코마에 위치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 ‘노스웨스트 이민자 구금센터’(Northwest ICE Processing Center)가 비위생적인 식사와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공개된 여러 증언과 법원 서류에 따르면 구금자들은 피가 흥건한 생닭 식사, 제때 이뤄지지 않는 의료 서비스, 불결한 위생 환경, 비좁은 생활공간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스캐짓밸리 지역 출신의 멕시코계 농장노동자 알프레도 주아레스 세페리노(25)는 “닭고기가 피를 흘리며 덜 익은 채로 나왔다”며 “모두가 분노했고, 결국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샌드위치가 나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지난해 ICE 단속 중 체포돼 타코마 구금센터로 이송된 이후, “밤낮이 바뀐 식사 시간과 24시간 켜져 있는 조명,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현재 이 시설은 1,575개의 침상을 갖춘 미국 최대 규모의 민영 이민자 구금시설 중 하나로,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민간 교정기업 GEO 그룹이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ICE와 GEO 측은 “모든 시설은 엄격한 보건 및 인권 기준에 따라 운영된다”며 “24시간 의료 지원, 종교 활동, 법률 상담, 영양학자 승인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실제 상황은 이와 다르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구금 경험자들은 “비누나 속옷 같은 기본 물품조차 제공되지 않고, 간호사 면담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 구금자는 “경비원이 두 구역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45분 이상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다”고 법원 진술서에서 폭로했다.

또한 현재 구금자 중 약 60%는 범죄 전력이 없는 비범죄자(non-criminal detainee)로, 불법 체류나 비자 초과 체류, 망명 신청자 등 다양한 사유로 구금되어 있다. 구금 기간에도 법적 한계가 없어 “3일일 수도, 3년일 수도 있다”는 말처럼 출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고통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 이민자는 7년째 타코마 시설에 구금된 상태다.

최근에는 임신 중 여성의 구금 사례도 확인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 망명 신청자 아넬리스 가르세스 인판테(27)는 오리건주에서 경범죄 혐의로 체포된 뒤 ICE에 넘겨져 타코마에 구금되었다. 그는 “음식이 너무 부실해 체중이 줄고 구토를 반복했다”며 “임신 중인데 아기들이 영양실조가 될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이후 지역 인권단체와 워싱턴·오리건주 연방의원의 압박으로 지난 10월 초 석방됐다.

워싱턴주 보건부는 2023년 이후 총 2,800건의 관련 민원을 접수했으며, 그중 100건 이상은 “수돗물에서 이상한 냄새와 색이 난다”는 내용이었다. 주 보건국 로런 젠크 부국장은 “배관 문제로 오염이 의심되지만, ICE와 GEO가 시설 점검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 국토안보부 산하 감사실과 인권감시국이 과거 여러 차례 현장조사를 벌였지만 문제 해결보다는 기록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관련 감독 예산을 대폭 삭감해, 현재 주정부의 감독권 역시 법적 다툼 속에서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8월, 제9연방항소법원은 주 보건당국의 현장점검을 막는 가처분 명령을 해제했지만, GEO 측이 전원재심을 요청하면서 다시 효력이 중단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타코마 시설은 미국 내 다른 구금시설보다 ‘낫다’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표현일 뿐”이라며 “비인간적 환경과 불투명한 운영 구조가 미국 이민구금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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