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간 600번' 헌혈왕 임종근씨 "건강하려고 매일 달려요"

뉴스 포커스 - News Focus

시애틀 대표 한인 뉴스넷!
시애틀N 에서는 오늘 알아야 할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 주요 뉴스만 골라 분석과 곁들여 제공합니다.

작성일 : 20-07-18 00:46

'42년간 600번' 헌혈왕 임종근씨 "건강하려고 매일 달려요"

글쓴이 : 시애틀N

가난으로 14살 때부터 공장일…20살 때 '평생 헌혈' 다짐
공무원 변신·마라톤 도전도…"우리의 샘은 마르지 않아"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17일 오후 7시 제주시 연동 헌혈의집 신제주센터.

검은색 마스크와 '울트라 마라톤'이라는 영어 문구가 적힌 운동복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직원들에게 친숙하게 인사를 건네며 호기롭게 등장했다.

발열 검사부터 손 소독, 수분 섭취, 혈압·맥박·체온 측정, 문진까지 한 큐에 끝내는 그의 움직임 역시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곧장 오른쪽 옷소매를 걷어붙이며 채혈침대에 몸을 기댄 그는 굳은살이 박인 듯한 팔 안쪽을 몇 번 매만지더니 "이번이 꼭 600번째 헌혈"이라며 싱긋 웃어 보였다.

채혈바늘이 들어가자 "처음이나 지금이나 떨리긴 마찬가지"라며 너스레도 떨었다.

제주 이주 2년차 '헌혈왕' 임종근씨(63·제주시 도두동)의 이야기다.

경기도 가평 출신인 제주 이주 2년차 '헌혈왕' 임종근씨(63·제주시 도두동)가 17일 오후 제주시 연동 헌혈의집 신제주센터에서 박은영 대한적십자사 제주혈액원장으로부터 600번째 헌혈에 따른 감사패를 전달받고 있다.2020.7.18 /뉴스1© News1

경기도 가평에서 5남매 중의 삼남으로 태어난 임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초등학교 밖에 졸업하지 못했다. 그렇게 중학교 대신 의료기기 생산 공장으로 가 용접공이 된 14살의 그는 제 처지를 원망하고 또 원망하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 갔다.

인생의 전환점은 7년 뒤, 21살이 되던 1978년에 맞았다.

때때로 지방병원에서 의료기기 수리 작업을 했던 임씨는 프레스 작업 중 손가락 등이 절단되는 사고가 날 때마다 혈액 부족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마음의 짐으로 여기다 그 해 3월21일에 첫 헌혈을 했다. 그 땐 그저 한 번의 경험이었다.

그러다 그 해 어느 한 겨울날, 그는 무턱대고 성당으로 향했다. 불현듯 찾아온 울적한 마음에 "전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언제쯤 연탄가스 냄새 나는 지하 셋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라고 외치며 한참을 하소연했더랬다.

돌아온 대답은 "건강이 복이다" 뿐이었다. 심드렁하게 성당을 빠져나가는 길, 손수레에 한가득 배추를 싣고 언덕길을 오르는 한 장애인의 모습은 임씨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는 "그 순간 '나도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때 임씨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바로 헌혈이었다. 이후 평생 헌혈하기로 마음 먹은 임씨는 두 달에 한 번씩 꼭 헌혈을 했다. 성분(혈소판·혈장)헌혈이 가능해진 1990년대부터는 2주에 한 번씩 헌혈을 했다. 쌓여가는 헌혈장은 모두와 나눴다.

남극 마라톤 중인 제주 이주 2년차 '헌혈왕' 임종근씨(63·제주시 도두동). 4대륙 사막마라톤 중 하나인 남극 마라톤은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사막마라톤을 완주했을 때 출전자격이 주어진다(임종근씨 제공).2020.7.18 /뉴스1© News1

헌혈은 임씨에게 더 큰 자신감을 선물했다.

남몰래 가슴에 묻어왔던 배우지 못한 설움을 깨고 24살 때부터 독학을 시작한 것이다. 4년 만에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친 그는 31살이 되던 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서 2018년 6월까지 무려 30년간 공직생활을 해 왔다. 완벽한 변신이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꾸준히 헌혈을 해 오던 중 43살이던 2000년에 고혈압 진단을 받은 것이다. 임씨는 이 때부터 매일 달리기 시작했다. 건강해야 더 오랫동안 헌혈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원초적인 생각에서다.

지난 20년 간 임씨는 마라톤 풀코스(41.195㎞)를 60번이나 완주했고, 이의 2배 이상을 뛰어야 하는 울트라 마라톤(100㎞)도 44번이나 뛰었다. 2018년에는 극한의 4대륙 사막마라톤(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남극·250km)까지 완주해낸 그다.

임씨는 최근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생애 마지막 꿈인 미국 LA~뉴욕 코스(5500㎞) 완주를 못하게 됐다고 크게 아쉬워했다. 대신 그는 헌혈 제한 나이인 70살까지 2주마다 헌혈을 한 뒤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임씨는 "헌혈은 그저 하늘에 적금을 붓는 것, 목마른 사람에게 흐르는 물을 퍼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요즘 코로나19로 헌혈자가 줄어 혈액이 많이 부족한데 많은 분들이 용기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의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Total 22,81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20860	'알맹이만 쏙' 빠질라…박원순 성추행 의혹 규명 쉽지 않을듯	시애틀N	2020-07-20	3064
20859	트럼프, 대선패배시 승복하겠냐 질문에 "난 굿 루저 아냐"	시애틀N	2020-07-20	3171
20858	바이든, 공화당 텃밭 텍사스에서 '파란'…지지율 5%p 앞서	시애틀N	2020-07-20	2998
20857	이재명 “그린벨트 풀어 아파트 공급시 사상 최고 로또 투기광풍 불 것”	시애틀N	2020-07-20	2260
20856	옥수수수염차·헛개차 인기 시들, 구수하고 깔끔한 '보리차' 고공행…	시애틀N	2020-07-20	3103
20855	'검언유착' 보도 MBC기자 檢출석…'구속' 전 채널A 기자 첫조…	시애틀N	2020-07-20	2341
20854	서울 아파트서도 수돗물 유충 신고…"유입 경로 확인할 것"	시애틀N	2020-07-19	2063
20853	'박원순 성추행 의혹' 실체 '방조 고발' 수사로 드러날듯	시애틀N	2020-07-19	2415
20852	中 홍수로 불어난 물 방류 위해 추허강댐 '폭파'	시애틀N	2020-07-19	3178
20851	'10억 로또·5억 로또' 아파트 출격…청약시장 '촉각'	시애틀N	2020-07-19	2411
20850	'손흥민 골→자책골 정정' 토트넘, 레스터 3-0 완파…6위 도약	시애틀N	2020-07-19	2073
20849	'문 대통령에 신발 투척' 정창옥씨 영장 기각…"구속 필요성 부족"	시애틀N	2020-07-19	3177
20848	검언유착 ‘강요 미수’ 구속 드물지만 "이례적 아냐" 중론	시애틀N	2020-07-19	2233
20847	'구멍 숭숭' 갑질금지법…'乙 중의 乙' 아파트경비원 보호될…	시애틀N	2020-07-19	2388
20846	중국 진출 韓기업 체감경기, 바닥 찍고 최대폭 반등	시애틀N	2020-07-19	2193
20845	"머리가 나쁘면 몸이" 23차례 댓글 모욕…벌금 얼마였을까요?	시애틀N	2020-07-19	2825
20844	"영구 없다~" 생방송 도중 앞니 빠진 앵커…무슨 일?	시애틀N	2020-07-19	3226
20843	"가장 큰 홍수 싼샤 덮쳤다"…싼샤댐 붕괴설 다시 '솔솔'	시애틀N	2020-07-19	2457
20842	아시아나항공, 코로나19發 '국내선 셀프 보딩' 순조롭게 정착	시애틀N	2020-07-19	2405
20841	해외유입, 가족이 가장 위험…격리 이동 시 악수도 금물	시애틀N	2020-07-18	2892
20840	연방법원 “DACA 원상회복해 신규 신청 접수받아라”	시애틀N	2020-07-18	2442
20839	美 흑인 민권운동가 루이스 의원 타계…향년 80세	시애틀N	2020-07-18	2111
20838	인천 수돗물 유충은 '깔따구'…18일 현장 조사 착수	시애틀N	2020-07-18	2144
20837	'검언유착' 전 채널A기자 구속…희비 엇갈린 추미애-윤석열	시애틀N	2020-07-18	2972
20836	"신지해수욕장에 무슨일?" 관광객 작년보다 6배 는18만→111만명	시애틀N	2020-07-18	3164
20835	"육포가 왜 팬티에서 나와?"…유통가 '엉뚱한 마케팅 실험'	시애틀N	2020-07-18	2899
20834	산전산후 마사지 더 트리니티스파, 임산부 피부트러블 가라앉히는 방법	시애틀N	2020-07-18	3062
20833	'42년간 600번' 헌혈왕 임종근씨 "건강하려고 매일 달려요"	시애틀N	2020-07-18	2455
20832	[생활속과학]"종이 한 장으로 핵폭발의 위력을 잴 수 있을까?"	시애틀N	2020-07-18	2483
20831	사유지 우리에 있던 개에 물린 3세 아이…'견주' 책임은?	시애틀N	2020-07-18	2203
20830	'검언유착' 전 채널A 기자 구속…"검언 신뢰회복 위해 불가피"	시애틀N	2020-07-17	2144
20829	서세원, 캄보디아서 3조원대 사업권 따냈다…"이혼·재혼 밝힐 것"	시애틀N	2020-07-17	3509
20828	폼페이오 "'좋은 결과' 보장돼야 3차 북미정상회담"	시애틀N	2020-07-17	2316
20827	朴의장 "내년까지 개헌 적기…권력구조, 선택과 결단만 남아"	시애틀N	2020-07-17	2198
20826	"당신은 잘못 없다"…대학가에 부는 故박원순 고소인 연대 바람	시애틀N	2020-07-17	2422
20825	대통령은 "집값 원상회복" 말했는데…여당선 "안 떨어진다"	시애틀N	2020-07-17	2437
20824	영업사원에 "성기 보형물 수술 도와라"…비뇨기과 의사 2명 징역형	시애틀N	2020-07-17	2134
20823	30·40 직장인 10명 중 8명 "인생 이모작 준비 중입니다"	시애틀N	2020-07-17	2399
20822	삼성 8월 언팩시계는 다가오는데…"갤Z폴드2 공개 될까 말까"	시애틀N	2020-07-16	2184
20821	박원순 휴대폰 통신영장 기각…법원 "강제수사 필요성 부족"	시애틀N	2020-07-16	1904
20820	박원순 성추행 의혹 풀 '키맨' 임순영 젠더특보 사표 제출	시애틀N	2020-07-16	2432
20819	"서울시청 6층에 남은 성추행 증거…경찰이 보전하라"	시애틀N	2020-07-16	3099
20818	대법, 이재명 지사 선거법위반 무죄취지 파기환송…직 유지	시애틀N	2020-07-16	3162
20817	"박원순 시장 운동 후 속옷도 갖다줘"…시장실 그들도 '공범'	시애틀N	2020-07-16	3213
20816	족쇄 풀린 이재명 '이낙연 추격' 탄력…與 대선 경쟁 볼만해진다	시애틀N	2020-07-16	2228
20815	박원순 고소인측 "이번주 추가 입장"…'고소유출' 증거 나올까	시애틀N	2020-07-16	2439
20814	당정, 서울 그린벨트 해제 신중론으로 선회…"우회공급 물색"	시애틀N	2020-07-16	1941
20813	초선의원 151명 중 42명 '다주택'…1인당 '11억' 국민평균 4배	시애틀N	2020-07-16	2390
20812	중국 2분기 성장률 3.2%, 전문가 예상치 크게 상회	시애틀N	2020-07-16	2411
20811	트위터 "해킹사고 확인, 당장 비밀번호 바꾸라"	시애틀N	2020-07-16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