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세균의 '에덴동산'…입냄새는 몸 건강 비추는 '거울'[메디로그]

앨라배마대 치의학대학 "입속 달걀 냄새는 위, 단내는 간·신장 이상 신호"
'가글'은 상황 악화…일시적 청량감 주는 알코올, 증발 후 세균 번식 촉진

 

아침에 일어나 입냄새 때문에 곤란한 적이 있다면, 이는 단순히 양치를 덜 해서가 아닐 수 있다. 입냄새는 구강 건강의 '경고음'이자, 몸 전체의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다.

미국 앨라배마대 치의학대학(UAB) 니콜라스 거스 학장과 메이요클리닉의 최근 연구 자료에 따르면, 입냄새의 80~90%는 입안에서 발생하지만 일부는 위·식도 역류, 당뇨, 간·신장 질환 등 전신 질환과 연관된다.

거스 학장은 "입속은 세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마치 '에덴동산'과도 같다. 만성적인 입냄새는 세균 활동뿐 아니라 체내 대사 이상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냄새의 종류는 질병의 힌트가 되기도 한다. 신맛이 섞인 냄새는 위산 역류, 대변 냄새는 장내 세균 이상, 달콤한 과일 향은 당뇨병의 케톤 증가, 비린내나 암모니아 향은 신장 기능 저하, 곰팡이 섞인 단내는 간 질환과 연관된다고 UAB 보고서는 밝혔다. 메이요클리닉은 "입냄새는 음식물, 흡연, 구강 건조, 약물 부작용, 잇몸질환 등 생활 습관적 요인과도 깊게 관련된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의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입냄새의 80~90%는 구강 내 세균에서 시작되지만, 일부는 체내 대사 이상과도 연결된다. 입 속에서 나는 썩은 달걀 냄새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황화수소 때문이며, 단내나 비린내는 간·신장 기능 저하와 연관성이 있다.

이 같은 해외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듯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입냄새의 약 90%는 구강 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충치와 잇몸질환이다. 음식 찌꺼기와 침, 세균이 엉겨 생긴 치석이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황화수소나 메틸메르캅탄 같은 악취성 가스를 만들어낸다.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염증성 질환이 있으면 염증 부위의 고름과 혈액에서도 냄새가 난다. 혀 뒤쪽의 하얀 설태 또한 구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범이다. 전문가들은 "설태만 제대로 관리해도 입냄새의 50%는 줄어든다"고 말한다.

또한 입냄새를 없애기 위해 선택하는 '가글'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하이닥 건강의학센터는 "대부분의 구강청결제에는 알코올이 들어 있어 일시적인 청량감을 주지만, 증발하면서 입안을 건조하게 만들어 세균 번식을 촉진한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침이 줄면 세균을 자연적으로 제거하지 못해 냄새가 심해지고, 장기적으로는 구강건조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가글은 혀의 백태나 잇몸 염증 같은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해 일시적인 효과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구강 관리법으로 △하루 두 번 이상 양치 △치실·워터픽 사용 △혀 클리너로 백태 제거 △충분한 수분 섭취를 강조한다. 알코올이 없는 구강청결제를 하루 1~2회 정도만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며, 양치 후 30분이 지난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항균 성분이 강한 ‘클로르헥시딘’ 제품은 장기간 사용할 경우 유익균까지 감소시켜 구내염과 착색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입냄새의 주요 원인은 입 마름이다. 특히 새벽 시간은 침 분비가 거의 없어 세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위험 시간대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운 뒤 잠드는 습관은 입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어 아침 입냄새를 심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자기 전 양치 후 입이 마르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무설탕 껌을 씹거나 물 한 컵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아침 구취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입냄새는 단순히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입속 세균과 침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 아침마다 느껴지는 불쾌한 냄새를 없애고 싶다면, 가글보다 꾸준한 양치와 올바른 구강 관리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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