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윤석호] 새벽 기차

윤석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새벽 기차


기다린 것은 결국 오지 않았다 


시간에 쫓긴 사람들이 짐을 꾸린다


요란한 연말의 대합실을 지나, 화장실 거울 앞에서 

정색을 하며 자신을 확인하는 사람들, 

고개를 숙이고 플랫폼으로 들어선다


좌석도 모르고 행선지도 기차가 정할 것이다 

어떤 밤을 지나 어떤 도시를 통과할지 각자의 

바람이 있겠지만, 찬 바람 부는 이 새벽에, 다만 따뜻한 

객실과 다정한 동승자를 기대해 본다


누구에겐 상행선이고 누구에겐 하행선일 테지만 

나는 눈을 감고 한 마리 연어를 떠올리며, 어쩌면 나에게는 

거슬러 오르는 하행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 처음처럼 종착역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경고음이 울린다 한 걸음 물러나며 가방을 움켜쥔다 

일출처럼 벌겋게 불을 켜고 달려드는 기차의 

그 박동과 거친 호흡을 믿기로 한다 


기다림을 희망이라는 말로 바꿔 

승차권 대신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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