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좌파 힘 합쳐 중도 총리 축출…프랑스 다시 혼돈 속으로

프랑스 하원, 바르니에 총리 불신임안 가결

세금 인상 담긴 예산안 통과 무리수…마크롱 사임 압력도 높아져

 

프랑스 하원이 미셸 바르니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지난 7월 조기 총선 이후 2달여 끝에 가까스로 뽑힌 바르니에 총리마저 축출되며 프랑스 정계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불신임안 가결로 지난 9월 취임한 바르니에 총리는 91일 만에 사퇴하게 되어,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총리가 됐다. 불신임안이 통과된 건 1962년 샤를 드골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당시 조르주 퐁피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통과된 이후 62년 만이다.

바르니에 내각은 이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새 총리를 임명할 때까지 관리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 정치적 혼란이 프랑스 공공 재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정부의 차입 비용이 잠시 그리스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투표 결과가 널리 예상되면서 결과 이후 금융 시장은 우려했던 것만큼 출렁거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년 예산도 마련하지 못한 채 올해가 저물고 마크롱 대통령이 새 총리로 좌파와 극우 모두의 지지를 받을 인물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총선 후 마크롱이 총리로 바르니에를 결정하는 데 거의 두 달이 걸렸다. 다만 예산은 원래 12월 21일 마감일 이전에 통과되어야 하지만 바르니에 총리는 비상법을 사용하여 세금을 징수해 최소한의 지출을 보장할 수 있어, 미국식 정부 셧다운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가 2024년 12월 4일 파리 국회에서 자신의 정권에 대한 불신임 투표 전 토론회에서 연설을 한 후 떠나고 있다. ⓒ AFP=뉴스1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가 2024년 12월 4일 파리 국회에서 자신의 정권에 대한 불신임 투표 전 토론회에서 연설을 한 후 떠나고 있다. ⓒ AFP=뉴스1

현재 혼란의 뿌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 선거 패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기 투표를 실시했던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이는 마린 르펜의 극우 국민연합(RN)을 의회에서 가장 큰 정당으로 만들었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중도파,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 르펜이 이끄는 극우파의 세 세력이 하원을 나눴다.

이날 총리 불신임안은 NFP와 하원 최대 단일 정당인 RN이 힘을 합쳐 제출한 것으로, 하원에서 찬성 331 대 반대 243으로 가결됐다.

이번에 바르니에 총리를 물러나게 한 직접 원인은 예산안이었다. 바르니에 정부가 제출한 예산 법안에는 600억 유로(약 89조3000억원)의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이 포함되어 있으며, 적자를 올해 6.1%에서 2025년 경제 생산량의 5%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지출 삭감이나 세금 인상을 꺼려하기에 야당은 이 예산안을 반대했다.

그러다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 3일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의회 표결 없이 이 예산안인 '사회보장 예산안' 처리를 강행해 최단기간 총리 재임의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불신임 투표 후 르펜은 자기 당과 협력해 예산을 편성한다면 새로운 정부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TV와의 인터뷰에서 "이 예산(바르니에가 처리한 예산 의미)은 프랑스인들에게 해롭다"면서 대신에 국가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의회는 마지막 투표로부터 1년 후인 내년 6월까지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추가 조기 선거는 불가능하다. 현재의 하원 구성이 내년 중반까지는 이어진다는 의미다.

잇따른 무리수에 따른 인기 하락에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사임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르펜은 교착상태를 깨고 프랑스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마크롱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마크롱은 2027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르펜은 차기 대선의 선두 주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사태 관련해 5일 오후 8시에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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