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자정까지 운전하고 책상서 1시간 잤다고 사규 위반으로 해고

판사 "장 씨, 회사에 중대한 피해 일으키지 않아 해고는 과도해" 6800만원 배상 판결

전날 야근을 하고 회사 책상에서 1시간 동안 낮잠을 잤다는 이유로 해고된 중국 남성이 회사를 고소해 35만 위안(약 6776만 원)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2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장 씨로 알려진 이 남성은 중국 남동부 장쑤성 타이싱시의 한 화학 기업에서 20년간 일한 부서장이었다.

올해 초 장 씨는 전날 밤 자정까지 업무 관련 운전을 한 뒤 책상에서 낮잠을 자는 모습이 사내 감시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건 발생 2주 후 회사 인사 부서는 장 씨가 "피로로 인해 직장에서 잠을 자다 적발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고 장 씨는 여기에 서명했다.

온라인상에 유포된 장 씨의 위챗(메신저 앱) 대화에 따르면 인사부 직원은 그에게 "장 부장님, 그날 얼마나 낮잠을 주무셨습니까?"하고 물었고 장 씨는 "한 시간 정도"라고 대답했다.

이후 회사 측은 노조와 협의한 뒤 장 씨에게 회사 규정 위반을 사유로 정식 해고 통지를 내렸다. 통지문에는 "당신은 2004년 회사에 입사해 무기한 고용 계약을 맺었으나 직장에서 잠을 자는 행위는 회사의 무관용 징계 정책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장 씨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회사를 상대로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사건을 심리하면서 고용주가 사규 위반을 사유로 근로계약을 종료할 권리는 있지만 이는 회사에 상당한 손실을 초래하는 등 특정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고 봤다.

타이싱 인민법원 판사는 "장 씨가 직장에서 잠을 자는 건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고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도 않았다"면서 회사가 장 씨에게 35만 위안(약 6776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20년에 달하는 장 씨의 재직 기간과 뛰어난 성과, 승진과 급여 인상 등을 고려할 때 한 번의 사규 위반으로 그를 해고하는 건 과도하고 불합리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이 사건은 중국 소셜미디어(SNS)를 뜨겁게 달궜다고 SCMP는 전했다.

많은 이들은 "이게 무슨 행운이냐"며 "잠에서 깨 보니 은행 계좌에 35만 위안이 입금된 게 아니냐"며 장 씨를 부러워했다.

한 누리꾼은 "직장에서 낮잠을 자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인데 회사 조치가 너무 가혹했다"며 "사소한 실수가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 해고가 너무 쉬워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