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빈방 나눠쓰기'로 집값·홈리스 문제 풀 수 있을까

수십만 개 남는 방, 주거난 해법 될까…홈셰어 확산 주목


시애틀과 킹카운티는 집값 폭등과 주거난, 그리고 홈리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법을 두고도 의견은 갈린다. 

브루스 해럴 시애틀 시장은 ‘영구적 지원주택’ 확충을 강조하고, 시장 후보 케이티 윌슨은 임시 쉼터 확대를 주장한다. 

지역 홈리스 당국은 오랫동안 소형 주택 정책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누구나 인정하는 공통의 결론은 “더 많은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법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킹·피어스·스노호미시 카운티에는 23만8,000채의 주택에 빈방이 존재한다. 

같은 시기 시애틀과 배션 아일랜드에서 거리 생활을 하는 홈리스는 약 4,300명. 집값은 치솟고 새 주택 건설에는 수십만 달러가 소요되지만, 이미 있는 빈방을 활용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사례도 있다. 몇 년 전 한 주민은 약물 중독으로 일자리를 잃은 지인을 집의 '비어있는 방'에 들였다. 그는 주정부의 HEN(Housing and Essential Needs) 프로그램을 통해 매달 600달러를 지원받아 지인의 주거를 안정시켰다. 덕분에 친구는 거리로 내몰리지 않고 회복에 집중할 수 있었고, 주택 소유자도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완전한 해법은 아니었지만 주거 위기를 막아낸 경험이었다.

이런 아이디어를 제도화한 것이 홈셰어 프로그램이다. 남는 방을 가진 사람과 방이 필요한 이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서스턴 카운티에서는 노인서비스단체가 2019년부터 홈셰어를 운영해 팬데믹 기간 공백을 빼고 지금까지 47건의 매칭을 성사시켰다. 

참가자 가운데 한 명은 반드시 62세 이상이어야 하며, 프로그램은 면담과 성향 조사, 필요시 중재까지 진행해 입주자 간 갈등을 예방한다. 연간 운영비는 15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오리건주에서는 ‘홈셰어 오리건’이 2022년 출범 이후 450건 이상을 성사시켰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매칭을 지원하고, 무료 임대계약서 양식까지 제공한다. 참여자 다수는 여성으로, 월평균 750달러의 임대료로 방을 찾는다. 

하지만 가장 큰 과제는 ‘빈방을 내놓을 주인’을 확보하는 일이다. 프로그램 측은 “흡연 여부 같은 생활 습관을 솔직히 밝히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며 정직한 소통을 강조한다.

물론 우려도 따른다. 일부 집주인은 세입자가 정신건강 문제나 약물·알코올 문제를 겪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장벽이 낮은 사람들을 빈방에 연결한다면, 더 높은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영구적 지원주택이나 쉼터가 배정될 수 있다. 실제로 HEN 프로그램은 2023년 기준 4만9,000명이 자격을 갖췄으나 예산 부족으로 9%만 지원을 받았다.

시애틀의 강력한 세입자 보호법이 집 공유에도 적용된다는 오해도 있지만, 시는 “주인이 함께 거주하는 홈셰어에는 등록 의무나 ‘선착순 임대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 모든 주택은 기본적인 거주 가능 기준은 충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홈셰어는 수백만 달러와 수년이 필요한 공공주택 건설보다 훨씬 저렴하고 신속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이미 수십만 개의 빈방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주거 모델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기회 상실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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