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도 큰일이다-아이를 안낳는다

시애틀 출산율, 대도시 중 최하위권 추락

2010년 51→2024년 31… 포틀랜드 다음으로 낮아

시애틀 35세 이상 출산이 20~34세 출산보다 더 많아


시애틀도 심각한 출산율 저하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전반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시애틀은 그 폭이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방 센서스국이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15~50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출산율이 시애틀은 2010년 51에서 2024년 31로 무려 20포인트 급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55에서 50으로 단 5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쳐, 시애틀의 하락세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2024년 기준 시애틀은 미국 50대 대도시 중 49위로, 출산율이 더 낮은 도시는 단 한 곳, 포틀랜드(27)뿐이었다. 로스앤젤레스가 32로 그 뒤를 이었으며, 반대로 가장 높은 곳은 오클라호마시티와 콜로라도스프링스로 각각 73, 디트로이트가 68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애틀과 포틀랜드가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저출산 도시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10년 당시 시애틀은 40위, 포틀랜드는 26위였고, 출산율도 각각 51과 58로 중간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 도시 모두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최하위권에 자리 잡았다. 포틀랜드의 하락 폭은 31포인트로 시애틀보다 더 가팔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여성들이 고등교육과 전문 직업 경력을 추구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늦추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이 꾸준히 오르면서 부담도 커졌다. 더 나아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부모 되기를 우선순위에서 미루고, 개인의 자유·여행·자기계발 등을 중시하는 문화적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이와 맞물려 첫 출산 연령이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시험관 시술(IVF), 난자 냉동, 공여 난자와 같은 의료기술 발전이 고령 출산을 가능하게 한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대도시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시애틀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시애틀에서는 35~50세 여성의 출산율(36)이 20~34세 여성의 출산율(33)을 웃돌았다. 15~19세에서는 사실상 출산이 ‘0’에 가까웠다. 이처럼 35세 이상 여성의 출산율이 더 높은 대도시는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미니애폴리스, 투손, 워싱턴 D.C. 등 5곳에 불과하다. 샌프란시스코는 35세 이상 53, 20~34세 26으로 차이가 컸고, 워싱턴 D.C.는 56 대 31로 더욱 뚜렷했다.

시애틀의 특수한 인구 구조 역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애틀은 미국 대도시 중 가장 학력이 높은 도시로, 25세 이상 인구의 70%가 학사 이상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고학력 여성은 자녀 수가 적거나 무자녀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보수적이고 종교성이 강한 지역일수록 출산율이 높고, 시애틀처럼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고 종교적 영향이 약한 도시일수록 낮다는 점도 이번 자료에서 드러난다.

결국 시애틀의 저출산은 단순한 수치의 하락이 아니라 도시의 성격과 문화, 사회 구조가 빚어낸 변화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현상”이라며 지역사회 전반의 장기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