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서울' 체험기…세금 내고 등본 떼기는 한결 간편

직관적 행정서비스 활용도 높아…부담 없는 상담도

몰입도는 글쎄…한정적인 사용자 경험 다변화 필요

 

서울시가 지난 16일 세계 도시 중 최초로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버스 서울' 운영을 시작했다. 도입, 확장, 정착의 3단계를 거쳐 2026년까지 점진적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였던 메타버스 서울은 1단계 서비스로 경제, 교육, 세무, 행정 등 분야별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2일 <뉴스1>이 직접 서울시 메타버스를 체험해본 결과 세금 계산·민원서류 발급 등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등 효용이 컸다. 사업 초기인 만큼 한정된 사용자 경험 등 미흡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 '부캐'로 경험하는 서울…인터넷 커뮤니티보다 교감도 높아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인 만큼 현실의 자아와는 전혀 다른 정체성으로 살 수 있다. 현실의 생물학적 성을 따를 필요도 없다. '부캐'를 통해 현실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 등에서 벗어나는 일탈이 가능하다.  

아바타는 3개까지 만들 수 있는데 헤어스타일, 모자, 눈, 안경, 피부, 상의, 하의, 가방, 신발, 양말까지 10개 카테고리에서 본인의 외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눈'의 경우 이 안에서만 다시 40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아바타를 만들고 나면 서울광장, 서울 시장실 등 9개의 공간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 그중 서울시 명소라는 공간을 통해서는 추가로 10곳의 서울시 명소를 방문할 수 있다.  

이렇게 가상 세상을 즐기며 다니다 보면 친구가 생기기도 한다. 아이디가 표시된 다른 아바타를 만나면 채팅창을 통해 대화가 가능하다. 물론 친구 맺기 기능도 있다.

메타버스에서 만난 한 시민은 "'퀘스트'(임무)보다 '커뮤니티' 위주인 RPG게임을 하는 느낌"이라며 "아바타라는 정체성이 있어서 그런지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와 다르게 실제 교감하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공 던지기 놀이 등 간단한 아케이드 게임도 몇 가지 준비돼 있다. 랭킹도 기록돼 이용자들끼리 건전한 경쟁을 즐길 수 있다.

'서울시장실'에 찾아가 오세훈 시장을 만났다. 아바타 오 시장은 가벼운 묵례와 함께 음성 인사말을 전한다. © 뉴스1 박우영 기자


◇ 세금 계산·민원서류 발급까지…눈에 '보이는' 행정서비스

메타버스 서울은 행정적으로도 누리집(홈페이지) 등 기존 서비스 경로보다 간편했다.
 
NPC를 통해 재산세·부동산세·지방세 등 세금 계산과 주민등록등본 등 행정 서류 발급을 할 수 있다. 특히 이와 같은 행정 서비스가 시각적 공간과 결부돼 단번에 이용자에게 각인된다.

기존 누리집은 끊임없이 세분된 카테고리 분류 안에서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찾아 헤매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메타버스 서울은 세금 관련 서비스가 필요할 때는 세무 센터인 '택스 스퀘어'를 '찾아가면' 돼 매우 직관적이다.

추가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 대기 중인 상담사와 연결도 가능하다. '청소년 멘토링 가상상담실', '택스 스퀘어', '120민원 상담' 코너 등에서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채팅이 기본 진행 방식이다.

얼굴은 물론 목소리조차 노출할 필요가 없어 이용자 입장에서 한결 부담이 덜하다. 특히 사적이거나 민감한 내용 등을 터놓고 상담해야 하는 경우 이처럼 접근이 쉬운 상담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 외에 '메타버스 회의실'을 대관하거나 오세훈 시장의 NPC를 만나 정책 제안을 하는 등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시는 '시민 안전체험관' 등 서비스 가짓수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 사용자 이용 경험 한정적…플랫폼 안착 위해선 몰입도 높여야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서울광장'에서 4가지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그 외에 사용자가 선택할 만한 행동은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걷기'와 '점프' 2가지 동작이 가능하다.

여러 공간마다 의자나 소파 등 앉을 거리도 많지만 앉기와 서기 두 가지 선택지뿐이다. 앉는 동작도 모두 똑같다.

'서울시청' 안에는 강아지, 고양이, 기린 등 다양한 동물 인형이 곳곳에 배치돼 있는데 클릭하면 모두 같은 동작을 선보인다. 제자리에서 두 번 낮게 점프하는 동작이다.

또한 '서울명소'에서는 10곳의 시내 명소를 방문할 수 있으나 명소에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지도용 '거리뷰'로 이동해야 한다. 실제 이동하듯 걸어 다니는 대신 화살표를 선택해 이동해야 하고 선택지도 많지 않다.  

플랫폼 안착을 위해 이용자 몰입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메타버스 서울'은 시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직관적인 형태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해당 서비스들은 모두 기존에 제공되던 것들이다.

누리집 등 기존 경로가 아닌 메타버스 이용을 유도하려면 그만한 요인이 있어야 하는 셈이다. 차별화를 위해서는 메타버스의 장점인 몰입도를 높여야 한다. 사용자 경험 다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시 관계자는 '메타버스 서울'의 차별화 요인에 대해 "지진을 글로 보면 와닿지 않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실제에 가깝게 체험할 수 있다"며 "이처럼 메타버스에서만 가능한 부분들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바타가 자신의 방에서 소파에 앉은 모습. 일단 앉았으나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 뉴스1 박우영 기자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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