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박사, 아시안 명예의 전당 헌액식서 감동적인 수상소감

이 박사 "조국 대한민국과 한인 커뮤니티에 감사전한다"


시애틀 인근 퓨얄럽에 사는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1일 밤 LA에서 2025 아시안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 박사는 이날 헌액식에서 감동적인 수상 소감으로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녀의 영어 소감을 한국어로 번역해 간추려 게재한다. 이 박사의 수상소감은 유튜브 영상 1시39분정도부터 볼 수 있다.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를 초대해 주시고 이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줄리 강 박사(시애틀대)가 저를 아시아 명예의 전당(Asian Hall of Fame)에 추천하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국의 시골 마을에서 자라 ‘명예의 전당’이라는 개념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게 명예의 전당이란 축구 선수나 유명 인물이 오르는 곳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랑은 상관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도 “그래요, 한 번 해보세요”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100% 떨어질 거라 확신했어요. 2006년에 한국 정부가 ‘19세 이상, 건강하고 자신이 똑똑하다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지원 가능’한 국가 우주인 선발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처럼요.


그때 저는 공대 박사과정에 있던 29세 ‘공돌이’였습니다. 목표는 단 하나, 사고 없이 무사히 졸업하는 것이었죠. “그래, 20년 뒤에 친구나 아이들에게 ‘나도 그때 우주인 지원했었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믿기 어렵게도 저는 예비 우주인이 되었고, 결국 2008년 4월 실제로 우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게 제 이야기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TV에 제가 나왔을 때, 어머니 교회의 신도들이 “저 사람, 따님이랑 닮았네요”라고 하셨대요. 그만큼 그분들은 시골 출신의 제 딸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되리라 상상도 못하셨던 거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동안, 저는 매일 창문 너머로 지구를 바라보는 걸 멈출 수 없었습니다. 밤에 잠이 깨면 잠자리에서 빠져나와 조그만 창문 덮개를 열고, 지구를 내려다보았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저 넓은 대륙이 아닌, 저 작고 조그만 한반도에서 태어났을까?’

‘왜 나는 서울이 아닌 광주 주변의 조그만 시골에서 태어났을까?’

‘왜 나는 1978년에 태어나 1950년, 엄마의 세대나 할머니의 세대가 아닌 지금을 살고 있을까?’


그 순간 저는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가 가진 것들에 불평만 했지, 얼마나 많은 축복을 그냥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는지를 몰랐습니다. 세상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과 가난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반면 저는 아무 노력도 없이, 운 좋게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대와 나라에 태어난 것이죠.


그때 저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부모님, 형제, 친구, 선생님, 동료들뿐 아니라, 바람과 하늘, 별과 달, 산과 공기, 그리고… 세탁물을 빨래통에 절대 넣지 않는 제 남편까지요. (웃음) 심지어 지구의 ‘중력’에도 감사했어요. 그때부터 제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LA의 미친 듯한 교통체증도 이제는 감사할 줄 압니다. 왜냐하면 차조차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고속도로가 없는 나라에서는 ‘교통체증’이라는 경험조차 할 수 없죠.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감사할 일입니다.


이번 헌액을 통해 다시금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금 미국에 있는 많은 아시아계 소녀들과 소년들이 스스로를 작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저 사람도 해냈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가 있을까?” 저는 그저 옆집 언니일 뿐이니까요.


특히 이 자리를 빌려 제 조국 한국과 오늘 함께해 주신 한인 커뮤니티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시점(2025년)에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러시아에서 훈련받던 힘든 시절, 제 고향 음악을 들으며 버텼던 그때처럼요.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그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새삼 느낍니다. 모두 우리 앞세대의 개척자들이 길을 닦아주었기 때문입니다. 시애틀 근처에 살고 있다고 하면 “좋겠네요, 좋은 한인회 있으니까요”라고들 하죠.


이 상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이 자리를 함께 만들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우리 다음 세대의 아시아계 미국인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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