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언제 다시 만날까…내년 1월·4월이 분기점

1월 북한의 9차 당 대회…새 외교 노선 제시에 주목
4월 트럼프 중국 방문 예정…北美 회동 모색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 회동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전후로 "김정은과의 만남에 100% 열려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대화 의지를 천명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귀국길에 오르며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다시 돌아오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만남의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2일 제기된다.

北, '가치 높이기' 외교로 인내심 발휘…지연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APEC 기간 중 "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 지위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는 과거 '완전한 비핵화'를 내걸었던 2018~2019년 북미 협상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다. 북핵 문제를 폐기가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두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대등한 협상 상대로 대우하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됐다. 제재 완화 카드까지 던지면서 김 총비서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김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은 물론 외무성·조선중앙통신 등 어떤 채널을 통해서도 미국 제안에 대한 공식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APEC 회의가 한창이던 시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하루 전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최선희 외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잇달아 방문하며 사실상 '무언의 거절' 신호를 보냈다. 다만 이는 협상 카드의 액면가를 높이려는 의도적 지연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시간을 벌며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를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자체가 이미 협상력을 높이는 자산이 됐는데, 지금 당장 응답하는 것은 염가로 미국에 명분을 주는 셈이기 때문에, 호응 시점을 최대한 늦춰가며 거래 가치를 높이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자신들이 내건 '비핵화 폐기'라는 조건에 미국이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려 본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묵묵부답과 순항미사일 발사에는 '깜짝 회동'은 거절하지만 대화 재개는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조건에서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라고 분석했다.

1월 북한의 노동당 대회~4월 트럼프 방중 사이 상황 변화 가능성

북한과 미국의 접촉이 재개될 첫 번째 분기점은 내년 1월 초다. 통상 북한은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12월 하순)에서 이듬해 대외·군사 노선을 정리하고, 12월 31일이나 1월 1일에 신년 메시지(또는 신년 행사 보도)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해 왔다.

올해 12월에도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년 1월에 열릴 북한의 9차 노동당 대회다. 노동당 대회는 5년에 한 번 열리는 것으로, 여기서 나온 결정이 가장 권위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설정할 새 외교 노선의 내용에 따라 대외 상황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만일 북한이 당 대회를 통해 미국과의 접촉,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이나 구체적인 구상을 밝힌다면, 미국 역시 빠르게 반응하며 북미 간 접촉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분기점은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중 정상회담 직후 내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때까지 북미 간 유의미한 소통이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 또는 김 총비서의 중국 방문으로 북미 정상 간 회동이나 정식 회담이 성사될 공산이 크다.

북미가 그때까지 냉담하더라도 중국을 '중재자'로 둔 새로운 방식의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중국의 보증을 활용해 협상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고, 미국도 대중 어젠다와 연동해 대북 '관리형' 탐색전을 병행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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