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옥중 수상 이란 인권운동가 "폭정에 계속 맞설 것"

미리 준비해둔 소감문 통해 "용감한 어머니들 편에 서겠다"

 

"이란의 용감한 어머니들 편에 서서 여성이 해방될 때까지 억압적인 신정(神政) 정권의 무자비한 차별과 폭정, 성적 억압에 맞서 싸우겠다"

6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을 옥중에서 받은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가 이 같은 내용의 소감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하마디는 이날 수상 이후 사전에 작성해 둔 소감문을 통해 "나는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모하마디는 "노벨평화상 수상은 분명히 이 길에서 나를 더욱 회복력 있고 단호하며 희망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으로 만들 것이고, 나의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앞서 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3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모하마디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베리트 레이스 안데르센 위원장은 "이란 정권의 억압에 맞서 보편적 인권과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투쟁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란 내 여성 인권 증진과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온 모하마디는 불온 선전물을 유포한 혐의로 현지 법원으로부터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수도 테헤란의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파리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모하마디의 가족들도 성명을 냈다. 이들은 "모하마디가 부재했던 세월은 결코 보상받을 수 없지만, 평화를 위한 그의 노력이 인정받는다는 영광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우리의 고통에 대한 위로의 원천이 된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이어서 "노벨평화상은 그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늘은 축복받은 날"이라고 덧붙였다.

모하마디의 남편인 타히 라흐마니(63)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인권을 위한 나르게스의 투쟁에 힘을 실어줬다"며 아내의 수상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라흐마니는 "그럼에도 더 중요한 건 여성·생명·자유(이란 히잡 시위)에 상을 수여했다는 점"이라며 "이 상은 이란의 모든 국민과 인권 운동가들을 위한 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르게스의 뜻에 동참한 많은 이들이 그와 같은 삶을 택했다"며 "이들이 지지를 받게되면 목표에 대한 동기가 더욱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1972년 이란 북서부 도시 잔잔에서 태어난 모하마디는 1990년대 이맘 호메이니 국제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던 도중 인권 운동에 눈을 뜨게 됐다. 학업을 마친 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도 진보 성향 신문사에서 인권 칼럼니스트로 활약했다.

2003년부터는 인권수호자센터(DHRC)에 들어가 현재까지 부소장직을 맡고 있다. DHRC는 2003년 무슬림 여성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인권 변호사 시린 에바디(76·여)가 설립한 비정부기구다.

2011년에는 수감된 인권 운동가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처음으로 체포됐다. 2년 뒤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이후 사형제 반대 운동을 벌인 혐의로 2015년 또다시 체포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지금까지 옥중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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