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 영예, 'mRNA' 백신 탄생 기여한 학자 2명 수상

카탈린 카리코‧드루 와이스먼 공동 연구

RNA 변형 통해 mRNA 안정성↑‧면역반응 회피 확인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탄생에 기여한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 독일 바이오엔텍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과대학 교수가 선정됐다. 리보핵산(RNA) 변형을 통해 mRNA의 안정성을 높이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mRNA 백신, 염기변형으로 체내 염증반응 최소화

이들은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해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mRNA 백신이 탄생하기 전에는 사멸하거나 약화한 바이러스를 인체에 투여하는 방법으로 전통적인 백신을 개발했다. 1951년 막스 타일러 박사가 전통적인 백신 개발 방식으로 황열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성공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운반체 바이러스인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한 백신 개발 방식이 만들어졌다.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등을 생산할 때 만드는 방식이다. 약독화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을 생산하려면 대규모 세포배양 생산시설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는 전염병 발생 시 신속하게 백신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mRNA 백신이 인체에 작용하는 과정.(노벨위원회 제공)
mRNA 백신이 인체에 작용하는 과정.(노벨위원회 제공)

연구자들은 세포 배양과 별개로 백신을 생산하는 방식을 시도해왔지만 쉽지 않았다. mRNA 백신은 이러한 상황에서 개발됐다. mRNA 백신 개발에도 한계가 있었다. mRNA는 체외에서 불안정해 인체에 투여해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또 시험관 내에서 생산된 mRNA는 인체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카탈린 카리코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교수는 수지상세포가 시험관 내에서 전사(Transcription)된 mRNA를 이물질로 인식해 활성화되고 염증 신호 분자가 방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몇 가지 중요한 특성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유형의 mRNA를 구별해야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변형되지 않은 mRNA 한계(왼쪽)와 카탈린 카리코 수석부사장, 드루 와이스먼 교수가 발견한 염기 변형 mRNA 특성.(노벨위원회 제공).jpg
변형되지 않은 mRNA 한계(왼쪽)와 카탈린 카리코 수석부사장, 드루 와이스먼 교수가 발견한 염기 변형 mRNA 특성.(노벨위원회 제공).jpg

카탈린 카리코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교수는 mRNA에 염기 변형이 포함되면 염증반응이 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15년 전인 2005년에 발표됐다. 2008년과 2010년 공개된 추가 연구에서 두 연구자는 염기 변형 mRNA가 변형하지 않은 mRNA 대비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소개했다. 코로나19 mRNA 백신 등 모든 mRNA 백신은 두 연구자가 발견한 RNA 변형 방법을 사용한다.

노벨위원회는 “카탈린 카리코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교수의 발견은 2020년 초에 시작된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mRNA 백신을 개발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면서 “이들은 mRNA가 면역체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획기적인 발견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배성만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mRNA는 DNA로부터 전사 과정을 거쳐 생산돼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유전정보를 전달해 단백질이 생산된다”면서 “카탈린 카리코‧드류 와이스만 연구팀은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를 이용해 mRNA를 합성, 선천면역반응을 회피하고 안정성이 증가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고안해냈다”고 설명했다.

이혁진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mRNA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후에 RNA를 기반으로한 백신이나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면서 “코로나19 mRNA 백신 성공에 대한 노하우에 기반을 두고 앞으로 팬데믹이 발생할 시 바이러스 유전정보 분석 후 백신 개발까지 3주 가량만 소요되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에서 백신뿐만 아니라 피부암 등 mRNA를 활용한 항암제, 암백신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mRNA 백신, 30년 연구 결실…“한 우물 파는 것 중요”

카리코 부사장은 1955년 헝가리 솔노크에서 태어났다. 1976년 헝가리 세게드대학교 생명과학 수업에서 mRNA를 처음 접했다. 1978년부터 RNA 관련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카리코 부사장은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정부지원금이 바닥나면서 헝가리에서 mRNA 연구를 지속하기 어려워지자 필라델피아 템플대학교의 박사 후 연구원으로 초청을 받아 1985년 미국으로 떠났다. 그녀는 1000달러 내외의 도미 자금만을 가진 채로 낯선 땅인 미국에 도착했다.

미국에서도 카리코 부사장의 고난은 지속됐다. mRNA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대학교, 연구실을 옮겨야했다. 당시 mRNA와 관련한 기술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시장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카리코 부사장은 수십년 간 비정규직 지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연봉은 6만달러를 넘지 못했다.

카리코 부사장의 연구는 1998년 드루 와이스먼 교수를 만나면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mRNA를 활용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백신을 만들겠다는 카리코 부사장의 계획을 들은 와이스먼 교수가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이들은 2005년 mRNA 치료제가 유발하는 염증 반응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했다. 2011년에는 바이오엔텍이 이들의 기술을 도입했다.

카리코 부사장은 2013년 바이오엔텍에 합류했다. 바이오엔텍은 2020년 12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협력해 세계 첫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30여년 간 이어진 카리코 부사장의 mRNA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이들의 연구는 앞으로 발생할 팬데믹 대응 뿐만 아니라 항암 백신 등 mRNA를 활용하는 연구에 있어 근간을 차지할 전망이다.

우준희 을지대병원 교수는 “RNA는 수시로 변형을 일으키는 등 한계가 있어서 빛을 보기 어려웠다”면서도 “카리코 부사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되든 안 되든 한 우물을 파뒀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노벨상은 스웨덴의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이자 부유한 사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받들어 만들어진 상이다. 1901년 이래 의학‧과학·문학·평화 등 분야 업적에서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노벨 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수여되고 있다. 3일에는 물리학상,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될 예정이다.

노벨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시상식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개최된다. 평화상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다. 통상 스웨덴과 노르웨이 수교국 대사가 초청받는다. 올해 노벨상 상금은 지난해 대비 100만스웨덴크로나(약 1억2000만원) 늘어난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6000만원) 규모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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