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안꾸' 아이콘 제인 버킨, 버킨백으로 불멸의 이름 남기다[피플in포커스]

영국 런던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세계적인 배우 겸 모델, 가수 제인 버킨은 꾸민듯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의미하는 '프렌치시크'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흰 셔츠나 흰 톱에 청바지, 바스켓백, 미니 원피스, 청청패션, 빗지 않은 듯한 긴 머리…. 지난 16일 향년 76세로 숨진 버킨은 심플하고 편안하면서도 멋진 이 단순한 패션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일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버킨을 한층 더 유명하게 한 것은 경매에서 팔린 가장 비싼 백이라는 기록을 가진 에르메스에서 만든 버킨 백일 것이다. 정작 버킨백의 탄생에 영감을 주고서도, 본인은 버킨 백이 얼마나 비싸고 유명한 백이 되었는지 오랫동안 몰랐다고 전해진다. 이 가방의 가격은 고급 디자인의 경우 1만~25만달러(약 3억1672만원) 사이다. 

 

버킨백의 탄생은 에르메스 최고 경영자(CEO)였던 장 루이 뒤마(2010년 별세)가 파리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제인 버킨의 옆자리에 앉았던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버킨은 개인 물품을 '위커 바스켓'(바구니)에 담았는데, 기내 선반에 가방을 넣으려던 도중 바구니에 담겼던 모든 내용물을 실수로 쏟는다. 이를 지켜본 뒤마는 버킨에게 '주머니가 달린 핸드백이 필요하겠다'고 농담을 했고, 영감을 얻은 뒤마는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디자인한 '버킨백'의 초안을 비행기 멀미 봉투 위에 스케치했다고 전해진다.

시간이 흘러 버킨백 생산을 위해 악어가 잔인하게 살해된다는 사실을 알게된 버킨은 2015년 에르메스에 서한을 보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제작 방식이 나올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딴 '버킨백' 명칭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포즈를 취하는 제인 버킨. 나이가 들어서도 프렌치시크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 2021.07.08/뉴스1 © News1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포즈를 취하는 제인 버킨. 나이가 들어서도 프렌치시크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 2021.07.08/뉴스1 © News1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소더비의 보고서에 따르면, 버킨 백은 전문 장인들이 이틀 내로 만들어낸다. 제작 연도, 제작된 작업장, 그리고 제작한 장인을 식별하는 코드가 표시되어 있다. 에르메스에서 버킨을 직접 구매하려면 고객이 해당 브랜드의 구매 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틀 안에 만들어지지만 장인들은 최소 2년 이상 엄격한 가죽 작업과 장인정신 교육을 받은 디자이너들이다.  

버킨은 모든 에르메스 가방 중에서 가장 많이 검색됐다. 하지만 초기 출시 당시는 샤넬이 인기를 끌던 시대라 버킨백은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없었다. 1984년 첫 출시 버킨백은 가격이 2000달러였다.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버킨백의 인기가 치솟았다. 

특히 2001년 8월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에피소드에서 사만다가 "그것은 가방이 아니라 버킨이다!"라는 불후의 말을 하면서 버킨백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최고급 가죽과 장인의 솜씨뿐 아니라 버킨백 가격을 다락같이 치솟게 한 것은 '독점성'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잡지 타운앤컨트리에 따르면 버킨백은 40년간 팔렸지만 그간 만들어진 것이 20만개다. 에르메스는 연간 4500에서 5000개의 새로운 버킨 가방만 만들면서 프랑스의 독점성과 고급스러움의 본질을 유지해왔다.

명품 리세일 전문회사 백헌터에 따르면 버킨백의 가치는 지난 35년간 500% 치솟았다. 2020년에 히말라야 나일로티쿠스 크로커다일 버킨백은 크리스티경매에서 43만7330달러에 팔려 경매에서 팔린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핸드백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21년에는 일본 아티스트 긴자 다나카가 디자인한 버킨백 한정판이 홍콩 크리스트 경매에서 200만달러 이상에 팔렸다. 백헌터는 버킨백의 투자 수익은 주식이나 금을 계속해서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명품 리세일인 리얼리얼에 따르면 버킨백의 중고가는 원 소매가격의 80~90%, 들고 다니다가 팔아도 거의 제값 그대로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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