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가족' 상속권 박탈…국민 상식 통했다

부모·자녀 외면한 '패륜 가족' 유류분 불인정…'국민 상식' 통했다

헌재, '유류분 제도' 45년 만에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내년까지 입법 보완해야 제2의 '구하라 친모' 차단


고인의 뜻과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분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가 시행 45년 만에 처음으로 변화를 맞게 됐다.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형제·자매부터 '패륜 부모'나 '불효자'에게까지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처음 나오면서다.

 

헌재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현행 유류분 제도와 관련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액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이 유류분으로 인정된다.

유류분 제도는 1977년 12월 민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돼 1979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장자 중심의 남아선호사상 등으로 불합리한 상속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제도 도입 전까지는 호주 상속을 한 장남이 가장 많은 상속분을 가져갔다.

 

그러나 시대적 변화와 핵가족화, 평균 수명의 연장, 여성 지위의 향상 등으로 인해 유류분 제도가 도입 당시의 필요성과 정당성 등을 잃어 가고 있다는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됐다.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제도를 수정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유족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2010년 4월과 10월, 2013년 12월 유류분 제도에 관해 합헌 결정을 했던 헌재는 지난해 5월 공개 변론을 진행하며 사안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본 내용은 △피상속인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을 인정한 것(민법 1112조 4호)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것(민법 1112조 1~3호) △부양 기여분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은 것(민법 1118조) 등이다.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데도 유류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데 타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일본 등은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또한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2019년 11월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숨진 뒤 20년 넘게 연을 끊었다는 친모가 뒤늦게 나타나 상속 재산을 요구하자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것이 한 예다.

아울러 피상속인을 오랫동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기여상속인이 보답으로 일부 재산을 증여받더라도, 유류분 반환 청구로 인해 이를 고스란히 토해내야 하는 상황은 불합리하다고도 봤다.

이날 단순위헌 결정된 민법 1112조 4호는 곧바로 효력을 상실한다. 또한 국회는 헌법불합치 결정된 민법 1112조 1~3호, 민법 1118조 등에 대해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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