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호텔·명품가방…한국 '570만원짜리 청혼' 유행" 외신도 저격

최근 젊은 커플들의 럭셔리 프러포즈 문화 조명

WSJ "저출산 심각한 상황, 또다른 장애물" 지적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명품 가방을 선물하며 청혼하는 프러포즈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유행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결혼식 전 비싼 장애물: 4500달러짜리 청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한국의 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15일(현지시간) WSJ는 지면 1면 하단에 한국의 프러포즈 문화에 대해 소개하는 이 같은 기사를 실으며, 혼인율과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에서 한국인들이 결혼식 전 4500달러(약 570만원)에 달하는 비싼 청혼을 하고 있는 실태에 대해 분석해 보도했다.

하루 숙박비가 100만원이 넘는 고급 호텔에서 샤넬, 루이비통과 같은 명품 가방 선물과 함께 청혼을 하는 것이 한국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자리잡혔다고 WSJ는 소개했다.

WSJ는 실제 청혼을 받거나, 청혼 계획이 있는 한국인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소개하기도 했다. 

직장인 오모씨(29)는 최근 국내 최고급 호텔에서 프러포즈를 받았다. 오씨의 남자친구는 약 150만원의 호텔 숙박비, 꽃 장식과 샴페인 등이 포함된 청혼 패키지 등을 포함해 청혼에만 수백만원을 썼다고 했다. 

청혼을 받은 오씨는 ‘Marry Me’ 풍선 앞에서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했고, 그의 옆엔 푸른 티파니 쇼핑백과 샴페인이 놓여있는 것이 눈에 띈다. 

오씨는 "누구나 호텔 프러포즈를 선호한다. 이는 모든 여성의 꿈"이라고 전했다.

최근 프러포즈를 한 또다른 직장인 하모씨(30)는 청혼에만 총 570여만원을 들였다. 6개월 전 고급 호텔 예약에 성공한 그는 호텔 방에 총 3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청혼 과정을 촬영했고 SNS에 이를 올렸다.

하씨는 "솔직히 금전적으로 부담이 된다"면서도 "여자친구의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다"고 뿌듯해했다. 

최근 인천의 한 5성급 호텔에서 명품 브랜드 디올의 가방과 함께 남자친구로부터 청혼을 받았다는 직장인 이모씨(27)는 "한국에서 독자적이긴 쉽지 않다"면서 "그렇기에 여러분도 유행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지면 1면 하단에 고가의 호텔에서 명품 가방을 주면서 프러포즈하는 한국의 청혼 문화에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WSJ 1면 캡처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지면 1면 하단에 고가의 호텔에서 명품 가방을 주면서 프러포즈하는 한국의 청혼 문화에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WSJ 1면 캡처


◇ 팬데믹 영향으로 고급 호텔 프러포즈 문화 '확산'

이 같은 한국의 값비싼 청혼 문화가 부담돼 프러포즈를 늦추는 사례도 있다고 WSJ는 소개했다. 직장인 김모씨는 "여자친구가 호텔에서 샤넬 가방과 함께 프러포즈받은 친구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깜짝 놀랐다"며, "머릿속으로 비용이 얼마인지 계산부터 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올여름 청혼을 계획했던 김씨는 결국 이를 연말로 미루고 말았다. 김씨는 "이 정도면 저축할 시간이 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이 같은 한국의 프러포즈 문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반응은 미혼자와 기혼자 사이에서 달랐는데 미혼자들은 "샤넬백을 살 여유가 있는지, 프러포즈가 정말 필요한지" 물었던 반면 기혼자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남은 생애 동안 청혼으로 쓴소리를 듣게 된다"고 했다. 

고급 호텔에서 프러포즈를 하지 않았다는 직장인 김모씨(34)는 자신의 청혼을 호텔이 아닌 일반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했다고 사람들에게 소개할 땐 소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의 실망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한국의 고가 청혼 문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증가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코로나19로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거나 인파가 몰리는 곳을 피해야 했던 커플들은 5성급 고급 호텔이야말로 청혼을 하기에 제격이라 판단했고, 이로 인해 이 같은 고가의 청혼 문화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베테랑 파티 플래너 그레이스 홍은 코로나19 대유행 전엔 호텔 청혼을 문의하는 빈도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였다면, 현재는 한 달에 20~30건 정도로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홍씨는 남성들에 일생에 단 한 번뿐인 프러포즈인 만큼, 호텔 방은 큰 방을 예약하길 추천했다. 이어 "저는 그(남성)들에게 ‘한 달 동안 점심값을 아끼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고가의 호텔에서 명품 가방을 주면서 프러포즈하는 한국의 청혼 문화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WSJ에 직장인 하모씨가 제공한 프러포즈 관련 사진.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고가의 호텔에서 명품 가방을 주면서 프러포즈하는 한국의 청혼 문화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WSJ에 직장인 하모씨가 제공한 프러포즈 관련 사진. 


◇ 유행따라 청혼 패키지 내놓는 데 열 올리는 韓 호텔들

이 같은 프러포즈 문화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히면서 호텔들은 저마다의 청혼 관련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 시그니엘 호텔은 꽃 장식과 샴페인 등이 포함된 ‘영원한 약속’(Eternal Promise)이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57만원으로 상당히 고가지만, 월평균 38회 예약이 이뤄질 정도로 인기다. 특히 봄에 가장 수요가 많다고 한다.

콘래드 호텔은 하트 모양의 케이크와 꽃, 와인이 포함된 ‘올 포 러브’(ALL FOR LOVE) 패키지를 출시했다.

WSJ는 “한국 결혼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큰 비용이 드는 호화로운 호텔 프러포즈는 결혼율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커플들에게는 압력을 가하는 웨딩 트렌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0% 이상의 여성들이 호텔에서 청혼받기를 원하며, 같은 조사에서 남성의 3분의 1이 이 같은 프러포즈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고 소개했다.

올해 1월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 스탠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만큼 1인당 럭셔리 사치품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국가는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고 WSJ는 소개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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