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내 한국어 교육, 일본 따라잡는 건 시간 문제"

프랑스 내 60개교서 한국어 수업 채택…일본어는 70개교 정도

한국어 교육기관 증가세…교과서 개발·교사 처우 안정 과제도


프랑스인인 이만 엔고보(21)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클로드모네고등학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불어로 통역하기도 전부터 알아듣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는 "존댓말?", 대입에 한국어 공부가 도움이 됐는지 묻는 질문에는 "면접을 하는 사람이 관심을 가졌어요"라며 한국어로 답하기도 했다.

엔고보는 클로드모네고를 졸업해 파리시테대학교 한국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뚜렷하진 않지만 대학 졸업 후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1955년 개교해 1040명이 재학 중인 공립 고등학교 클로드모네고는 지난 2015년 제3외국어로 한국어를 개설하며 정식 과목으로 채택했다. 현재는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중학교 2학년(4년제) 시기에 제2외국어를 선택한 후 고등학교 3년까지 포함해 총 6년간 제2외국어를 배워야 한다. 고등학교 과정 중 제3외국어를 선택해 배울 수도 있다.

현재 클로드모네고에서는 한국어·독일어·영어·스페인어·중국어·이탈리아어·아랍어 등 총 7개 외국어 정규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셸 세르보니 클로드모네고 교장은 "파리 아카데미(교육청)가 공공학교인 클로드모네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신청을 통해 정규과목으로 채택했다"며 "외국 언어와 문화를 잘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어 채택 후 결과는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이날 클로드모네고에서는 학생 20여명이 조윤정 교사가 진행하는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조윤정 교사는 학생들에게 마르세유 궁전과 경복궁, 비빔밥과 불고기 등 사진을 보여주며 "~에 가본 적이 있어요?", "~를 먹어본 적이 있어요?" 등 질문을 던졌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경험에 대해 묻고 답하기'였다.

학생들은 조윤정 교사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수줍은 듯 작은 목소리로 "가본 적 있어요" "먹어본 적 있어요"라고 답했다. 서로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해보기도 했다. 여행차 한국에 방문한 적 있었다는 학생도 더러 있었다.

조윤정 교사는 "케이팝, 케이드라마 등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한국 문화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영향으로 BTS 아미(팬클럽)가 되기도 했다"며 "학생들뿐 아니고 일반 프랑스인들도 한국 문화 모든 장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클레드모네고등학교에서 이만 엔고보씨(21)가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지난해 기준 프랑스 내 한국어반은 60개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학생 수는 1800명에 달한다. 한국어반 운영 고등학교는 △2018년 17개교 △2019년 19개교 △2020년 42개교 △2021년 53개교 △2022년 60개교로 매년 증가 추세다.

한국어반 운영 학교 중 정규수업을 운영하는 학교는 25개교다. 나머지 35개교는 방과후 학교 격인 아틀리에에서 한국어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윤강우 프랑스한국교육원장은 "현재 프랑스 내 일본어 채택 학교는 70개교 정도"라며 "일본어를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이어 "아틀리에에서 성과를 거두면 1~2개씩 정규 과목을 여는 절차로 이어진다"며 "아틀리에 운영 학교를 늘려 정규 수업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21년 프랑스 대입시험인 바칼로레아가 개편되면서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확산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바칼로레아 개편으로 외국어가 전부 내신평가로 바뀌어 학교에 한국어가 개설돼 있지 않으면 점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교과서 개발은 물론 교사 처우를 안정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윤 원장은 "아직 프랑스 교사 임용시험에 한국어 과목이 없어 대다수 한국어 교사는 정규교사 아닌 시간강사 신분"이라며 "신분 안정적이긴 하지만 시수만큼의 월급밖에 받지 못하는 사정"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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