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충격적 감산 배경은?…美 인플레-금리 어디로

사우디 아라비아가 기습적으로 원유 생산을 줄이는 결정으로 인플레이션과 전쟁이 아직 한창인 미국의 발목을 다시 잡았다. 갑작스러운 감산은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압박을 키울 수 있다.


연준의 긴축으로 이제 겨우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기미가 보였는데 대규모 감산은 에너지 비용을 다시 끌어 올려 고강도 긴축효과를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준은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지속할 가능성도 더 커졌고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압박한다.


◇5월부터 110만배럴 추가 감산…유가 8% 랠리


사우디가 주도하고 러시아가 보조하는 전통적 산유국 모임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는 2일(현지시간) 일평균 100만배럴 이상의 감산을 전격 발표했다.


원래 연말까지 200만배럴 감산이라는 기존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격적으로 추가 감산 결정이 나왔다.


이번 감산은 지난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과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이후 유가가 급락한 데에 따른 것이다. 갑자기 금융위기가 고조되며 지난달 유가는 한때 15개월 만에 최저로 밀렸다.


에너지에스펙츠의 암리타 센 리서치 본부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OPEC+가 은행 위기로 인한 수요 약세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 감산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에 3일 아시아 거래에서 유가는 장중 8% 넘게 급등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유가(브렌트유 기준) 전망치를 기존의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상향했다. 골드만삭스는 "OPEC+의 가격 결정력이 과거에 비해 훨씬 커졌다"며 이번 깜짝 감산이 "시장 점유율에서 큰 손실이 없기 때문에 선제적 조치를 취한다는 새로운 원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장기화 위험…미-사우디 갈등 재점화


감산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워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긴축 정책을 더 오래 유지하도록 자극할 위험이다.


뉴욕 소재 라자르드의 로널드 템플 수석 시장전략가는 블룸버그에 OPEC 감산결정에 대해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니 요정이 아직 병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다시 상기하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OPEC+ 감산은 중국의 에너지 수요 증가와 합쳐져 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인다고 템플 전략가는 예상했다. 그는 "경제가 둔화하더라도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지가 줄어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사우디와 미국의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미국은 전략적비축유(SPR) 방출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금리인상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사우디가 추가 감산으로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엊은 셈이다.


이번 감산은 미국이 SPR 보충에 필요한 새로운 원유 구매를 공개적으로 배제한 것에 따른 보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파인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부 장관은 SPR을 채우는 데 "수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랜홀름 장관의 발언은 그 동안 백악관이 유가 하락시 SPR 구매로 개입할 것이라고 사우디를 안심시켰던 것과 대조적인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상품전략 책임자는 이번 감산에 대해 "사우디 우선 정책"이라며 사우디가 "중국처럼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있다. 더 이상 단극(unipolar) 체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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