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사상 첫 '80대 대통령' 됐다…나이 부각에 조용한 팔순 보내

2024년 재선 도전 앞두고 나이 문제 걸림돌…신체·정신건강 이상설 꾸준히 제기돼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팔순을 맞았다. 재임 중인 대통령의 생일이지만 2024년 재선 도전 여부에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오른 나이 문제 부각을 우려한 듯, 백악관은 떠들썩한 잔치를 생략한 채 조용히 하루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80번째 생일을 가족 브런치로 조용히 보낼 계획이라고만 사전에 밝혔다. 당일에도 별다른 발표는 나오지 않았고 오후가 돼서야 질 바이든 여사의 트위터로 소박한 가족 파티 모습이 공개됐다.

바이든 여사는 트위터에 턱시도와 갈라 복장을 한 부부의 사진 두 장과 함께 "당신만큼 함께 춤추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생일 축하하고 사랑해요, 조!"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가족들과 함께 케이크 촛불을 부는 사진도 뒤이어 올라왔다.  

바이든 여사의 트윗은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팔순 일정이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손녀 나오미의 결혼식을 비공개로 거행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팔순을 쉬쉬하며 보낸 까닭에는 2024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최대 걸림돌로 떠오른 나이 문제 관련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으로 취임, 이날 부로 사상 첫 80대 대통령이 됐다. 재선할 경우 직전 최고령 정상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1985년 취임 당시 73세)보다 거의 10살이나 많은 신기록을 쓰게 된다.

나이 논란과 함께 지난해 취임 후부터 끊이지 않은 신체·정신 건강이상설은 미 정치권이 대선 분위기로 접어들며 더욱 가열찬 공세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0일(현지시간) 트위터로 공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팔순 파티 모습.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족들과 조용한 생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2022. 11. 20.


◇미국인 약 86% "대통령 연령 75세 이하로 제한해야"

11·8 중간선거를 치른 미국 정치권이 이제 대선 분위기로 접어들자,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여부를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재도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당내 일부 의원들과 당직자들 사이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차세대 지도자들에게 다리를 놓아주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딘 필립스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약속대로 가교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고 생각한다"면서 "문제는 이젠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들이 등판할 때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여론도 바이든 대통령의 연령 문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선 미국인의 약 86%가 "대통령직 수행을 위한 컷오프가 75세 이하가 돼야 한다"고 답했고, AP 보트캐스트 조사에서는 유권자의 58%가 바이든 대통령을 "대통령으로서 효과적인 직무수행을 할 정신적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온 '엉뚱 실수' 때문에 나이 관련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50년 경력 베테랑 정치인'에 걸맞지 않은 '동문서답'을 하는가 하면, 공식 석상에서 사망한 의원의 이름을 호명해 논란이 됐다.

최근에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총 50개주(州)인 미국 행정지역 구분을 '54개주'라고 했다 뭇매를 맞고, 전날(13일)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직접 방문한 캄보디아를 대륙도 다른 콜롬비아로 엉뚱하게 불렀다.

지난달 취임한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의 이름을 '라시 사누크'라고 잘못 발음한 건 미국내 구설을 넘어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기도 했다.

 

◇의료적 소견은 '나이보다 건강'…'일하는 노년' 고령시대 상징 될 수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당 원로들의 지지는 아직도 탄탄하다고 WSJ는 전했다. 일단 상원을 수성하고 하원도 과반만 겨우 내준 중간선거 성적은 나쁘지 않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같은 인사들이 이미 바이든의 재선 도전 관련 지지를 표했다.

민주·공화 양당 모두 70대 후보가 활약했던 지난 2020년 미 대선 두 달 전 관련 논문을 발표한 시카고 일리노이대 올샨스키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생물학적 나이'를 상당히 긍정 평가한 바 있다고 CNBC는 보도했다. 

올샨스키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가 숫자로는 80세일 수 있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그보다 어릴 것이다. 생물학적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중요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노화와 관련해선 전형적인 긍정적 사례이기에 나이 문제는 전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제 75세 이상 인구의 92%가 여전히 직업을 갖고 사회 생활을 지속하는 만큼 고령화 시대에 따른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CNBC는 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전 8시 자전거를 타거나 개인 트레이너 겸 물리 치료사와 운동하는 등 규칙적인 건강 관리를 하고 있으며, 밤늦게 브리핑을 받거나 집중적인 저녁 회의를 하는 업무도 무난하게 수행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국제안보 상황에서 미국의 역할을 감안할 때, 바이든 대통령이 호평받는 리더십은 차기 대선 유권자들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나토 영토인 폴란드에서 발생한 미사일 폭발 사고 관련 확전을 막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침착하고 신속한 대응은 미국 내외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다만 현재 공화당에서 상대 후보로 '동년배'인 도널드 트럼프(76) 전 대통령을 제치고 '젊은 피'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가 득세하기 시작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는 계속해서 약점이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를 극복할 경륜과 의제 추진 능력 입증 여부가 그와 민주당의 재선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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