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이어 子도 '노벨 생리의학상'…네안데르탈인의 '언어능력' 제시한 학자

게놈 해독해 유인원부터 인류 진화 양상 밝힌 공로

아버지 수네 베리스트룀도 수상…저서 통해 '혼외자' 밝히기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스웨덴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 67세)가 거머쥐었다. 네안데르탈인 등 멸종된 고대 인류의 진화와 관련한 게놈(유전 정보)을 발견한 공로다. 

그는 유전자 발견을 통해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비슷한 언어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코로나19 감염시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의 유전체 부위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았다고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3일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 플랑크 협회 소속 박사(유전학자)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국적의 페보는 유전학을 통해 여러 고대 인류 친족집단을 연구하는 '고유전학' 창설자 중 한 명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출판된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저서를 통해 자신이 과거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수네 베리스트룀의 혼외 아들이란 사실과 양성애자로서 경험 등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연구팀은 1997년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디앤에이(DNA) 염기서열을 해독해 발표했다. 2009년에는 세계 최초로 네안데르탈인 게놈 전체를 해독했다.

2010년에는 시베리아에 있는 데니소바 동굴에서 다른 멸종된 고대 인류 데니소바인을 발견했다. 이는 뼈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한 결과다.

이날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은 페보의 연구 업적에 대해 "현생 인류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박 소장은 "페보는 인간 유전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하는 단계에서 유전자 발현의 차이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유인원과 달리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으로 언어 발달과 관련된 FOXP2 유전자가 중요하다"면서 "특히 네안데르탈인의 FOXP2 유전자가 현생 인류와 동일하고 우리와 유사한 언어 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페보의 연구 중에선 현재 전세계서 유행 중인 코로나19와 관련한 것도 있다. 박 소장은 "2020년 초 페보는 50KB(킬로바이트) 정도 유전체 부위(인간 게놈의 0.002%에 해당)의 한 부분이 심각한 코로나19 감염 및 입원과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 부위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았고, 이는 일부 사람들이 심각한 질병에 더 취약하다는 한 가지 이유를 밝힐 뿐만 아니라 인간 진화 생물학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보는 스웨덴 웁살라주의 중심도시 웁살라에 위치한 웁살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대학은 유럽 명문대로 손꼽힌다. 페보의 아버지는 스웨덴 생화학자 수네 베리스트룀으로, 1982년 스웨덴 생화학자 벵트 잉에마르 사무엘손, 그리고 영국의 약리학자 존 로버트 베인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이자 부유한 사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받들어 만들어진 상이다. 1901년 이래 과학·문학·평화·의학 등 분야 업적에서 수상자를 선정해왔으며, 이후 경제학상도 추가됐다. 오는 4일에는 물리학, 5일에는 화학, 6일 문학, 7일 평화, 10일 경제학 분야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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