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Y선생과 X종교
- 22-08-01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Y선생과 X종교
오래 전 필자가 근무하던 서울의 I학교에서는 거의 매해 여름 방학 중에 교직원 연수를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해에는 산업시찰이라는 이름으로 200여명의 초ㆍ중ㆍ고 교직원들이 4대의 대형버스를 타고 부산과 경주를 거쳐 동해안 일대에 있는 현대 조선소, 포항제철소, 그리고 강원도 휴전선 최전방 지대를 돌아보면서 견문을 넓히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 코스 중에는 경주 인근 해안에 있는 신라 문무왕의 수중능(水中陵)을 관광하는 일정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곳 지명이나 주소는 기억나지 않지만 굴곡이 무척 심한 비탈길을 거의 두어시간 차로 달려야 하는 해안이었다고 기억됩니다.
그때 시각은 오후 5시경. 날씨는 맑았지만 일몰과 함께 망망한 동해 저 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파도가 제법 높이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죽은 후에도 동해에서 왜적을 막을 수 있도록 자기의 시신을 수장하라는 왕의 유언에 따라 수장된 석관이 잠겨 있는 집채 만한 크기의 바위섬은 해안으로부터 약 300m쯤 떨어져 있었고, 관광지라고는 해도 그 바위섬을 왕래하는 배는 고작 한 척 뿐, 그것도 겨우 9명 밖에 탈 수 없는 작은 거룻배였습니다.
일행 중에는 이미 그 수중능을 구경한 사람도 있었고 또 구경은 못했지만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 그리고 구경은 하고 싶지만 파도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관광을 단념하는 이들도 있어서 희망자는 70명 정도였습니다.
질서있게 승선하기 위해 줄을 지어 9명 단위로 차례차례 모두 8번을 왕래하게 되어 있었는데 필자는 6번째 배를 타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모두가 어두워지기 전에 그리고 파도가 조금이라도 더 높아지기 전에 다녀오고 싶어서 할 수만 있다면 새치기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조바심을 가지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수영까지 할 줄 모르는 이들은 거칠어지는 파도를 보면서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이제 곧 3번째 배를 타게 될 Y선생이 내가 서있는 쪽을 계속 뒤돌아보고 있더니 차례가 되었는데도 배를 타지 않고 필자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필자는 그가 수영을 못하는 줄을 알고 있었기에 아마 겁이 나서 관광을 포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가 바로 필자 옆에 와 멈춰섰습니다.
필자가 그를 향해서, “왜 그러세요, 포기하는 겁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 믿는 사람과 함께 타야 안전할 것 같아서…” 그의 말은 농담인 것 같았지만 실은 진담인 것을 곧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그가 평소에 늘 들려주던 그의 가정 내력이 생각났습니다. 그가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은 수태하지 못하던 그의 어머니가 X종교를 믿으면서 복을 빌어 이루어진 결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Y선생의 부인도 또한 오랫동안 아기가 없어 고민하던 끝에 시어머니처럼 X종교에 의탁하며 공을 들여 빌고서야 옥동자를 얻게 되었다고 늘 말해 왔기 때문에 Y선생 부자(父子)는 X종교 덕분에 탄생된 생명들이라고 스스로 굳게 믿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탄생이 X종교에 힘입은 것이라면 그들이 어떤 불안이나 위기를 당할 때 의지하며 구조를 요청할 대상은 의당 그 종교의 어떤 전능자가 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때문에 X종교에 생의 근거를 두고 있는 Y선생이 X종교와는 거리가 있는 기독교의 하나님께 위기를 의탁하려고 한 그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연약한 인간이 어려운 시련을 겪거나 간절한 소원이 있을 때 그 문제를 해결지어 줬다고 믿는 어떤 존재를 모두 다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유일신이 아닌 종교적 다원주의(多元主義)로 기울어지기 쉽습니다.
Y선생의 가정도 그러한 경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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