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택치료 200만명 시대, 노인도 '셀프치료'…응급상황 괜찮을까

동네 병·의원 신속항원검사 확진 때 '일반관리군' 배정
확진자 늘자, 관리에 비상…정부 반박하나 현장선 우려
 
지난 25일부터 만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도 동네 병·의원의 신속 항원검사로 확진되면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으로 배정하고 있다.

매일 수십만명이 확진되면서 재택치료 중인 환자도 곧 2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로 인해 홀로 사는 노인은 응급 상황 때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전문가들은 "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등 병·의원 역량을 키워 응급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7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 수 추이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정부 "초기 진료 공백 막기 위한 조치"…현장 "적절한 대응 어려워"

전날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196만3839명이다. 직전 날 190만2347명보다 6만1492명 늘면서 200만명에 육박했다. 집중관리군은 27만6992명이며, 나머지는 일반관리군이다.

노인을 포함한 고위험군을 집중관리군이 아닌 일반관리군으로 우선 배정하는 이유는 검사기관에서 신속한 진단·처방이 가능해져 '초기 진료공백'을 막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동네 병·의원 신속항원검사 확진 후 보건소 조사와 환자 분류까지 2~3일 정도 걸려, 실제 집중관리군으로 배정되고 관리기관으로부터 진단·처방을 받기까지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정부가 언급한 '공백'은 관리 역량이 '포화 상태'라는 걸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람을 줄이고 동네 병·의원 책임을 요구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독거노인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많다. 고령층은 갑자기 상태가 나빠질 수 있는데, 면역반응이 약해 인지하지 못할 경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선 동네 병·의원은 검사 대기자가 많으니 검사만 진행하고, 재택치료 관리는 손도 못 대고 있다. 고령층을 관리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자가 보건소에 연락하면 집중관리군으로 바꿀 수 있다며, 보건소‧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 간 핫라인을 구축 중이다. 하지만 환자가 보건소와 연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고위험군이 일반 관리군으로 배정된다면 팍스로비드 처방이 빨라질 수 있지만 증상이 나빠지는 점을 몰라 즉각 연락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층이고 혼자 사는 노인이면 주변 지인에 '나한테 연락 안 오면 전화 좀 해달라'고 스스로 부탁해야 할 상황"이라며 "지금 보건소도 연락이 잘 안되니 사각지대"라고 비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의료기관이 많은데도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고위험군을 보호할 만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며 "촘촘히 망을 만들어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 오후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재택치료 단기외래 진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2022.2.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대면 진료 허용 등 일상 의료체계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동네 병·의원에 재택치료 환자 관리를 맡기려면 정부도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면 진료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천은미 교수는 "집중관리군을 일반관리로 전환하려면 어느 병원에서든 대면 진료를 하고 먹는 치료제를 처방하도록 체계를 바꿔야 한다. 지금은 고위험군 관리만 풀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앞으로 재택치료 집중관리 전담의료기관 확대보다 일선 동네 병·의원의 검사~치료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상 진료체계의 참여를 늘릴 만한 대안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정기석 교수는 "대면 진료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전화상담 처방 가능한 의료기관을 수천 개 마련했지만, 야간에도 상담되는 데는 지역별로 1개씩만 지정했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지역 협의체를 만들어 병·의원 야간 응급 대응을 독려해야, 60세 이상 고령층의 환자 대응도 가능해진다"며 "지금은 구슬이 많은데 꿰어지지 않아 어려운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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