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언급한 대장동 재판부…李대통령 공모 여부는 판단 안 했다

판결문서 李 400여 번 등장…"시장 재선 등 민간업자 조력 보고"

"유동규·민간업자 유착 알지 못했던 듯" 판단…공모 판단은 유보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재판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성남시 수뇌부'로 언급하면서도 배임 공모 여부에 관해선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등의 판결문에서 이 대통령을 400여 차례 언급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사업 공모 공고 이전에 이미 김 씨·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업자들을 대장동 사업 시행자로 사실상 내정했다고 판단했다.


성남도개공 설립과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 과정 등에서 이뤄진 민간업자들의 조력이 그 계기가 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은 임기 내 1공단 공원화 착수 등을 위해 신속한 사업 진행이 필요한 상황에서 2014년 7~8월경 민간업자들이 수용 방식에 의한 사업 진행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 방식을 결정하고 유동규에게 '수용 방식으로 신속히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짚었다.


이어 "그리고 유동규·정진상은 공사 설립과 위례 개발사업 성사,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크게 기여했던 점과 그간 지속해서 사업권 부여를 약속했던 점 등을 고려해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을 수용 방식 결정에 따른 공모 절차에서 선정될 민간사업자로 사실상 내정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 등 성남시 수뇌부가 민간업자들의 '조력'을 전달받아 알고 있었다는 점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 등 성남시 수뇌부는 유동규로부터 민간업자들이 환지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과 김만배가 남욱·정영학을 돕는 사실, 민간업자들이 이 대통령의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때 유 전 본부장의 역할은 이 대통령·정 전 실장과 민간업자들 사이의 '중간관리자'로 봤다. 다만 성남시 수뇌부의 역할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동규가 주요 결정을 모두 독단적으로 지시했다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들 사이에서 서로 의사를 전달·조율하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주로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유동규가 단순히 성남시 수뇌부의 의사를 전달하는 사자(使者) 역할만 하는 데 그친 것은 결코 아니었다"며 "오히려 민간업자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도록 하고 사업협약을 통해 확정 이익 방침이 최종 확정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등 대장동 사업의 실질적 책임자로서 중요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정 전 실장을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표현하면서 민간업자와의 유착관계 형성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 말을 곧 이 대통령의 말이라고 여길 정도로 둘 사이가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민간업자들 또한 정진상이 이 대통령 측근으로 성남시 유력인사라는 점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장동 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정진상에게 접대하는 등 유착관계를 형성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 사이의 금품·접대 사실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은) 유동규·정진상 등과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로 형성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물론 민간업자들이 공사 설립이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사실은 보고받아 알았을 것으로 보이나 유동규·정진상과 달리 수용 방식 결정 무렵까지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의 배임 범행 공모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겠다는 단서도 달았다.


재판부는 판결문 서두의 각주에서 "두 사람의 특경법상 배임 사건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고, 이 대통령은 이 재판에 출석해 증언한 사실이 없으며 정 전 실장은 증언거부권을 행사해 그 가담 여부에 관한 실체 파악에 일부 제한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재판을 통해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의 형사 책임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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