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없이 진상규명하라" 제주항공참사 유족들, 308일의 기다림

참사 이후 첫 상경 집회·행진…"책임자 처벌하라"

유가족, 조사위 독립·핵심 자료 공개 요구 담은 호소문 제출


진실은 국민의 권리이고 기억은 이 나라의 양심입니다.그날의 비행기는 온전히 착륙하지 못했지만 그날의 진실은 반드시 착륙해야 합니다-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신속하고 투명한 정부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1일 서울 용산구 거리로 나왔다. 참사 발생 308일째에 열린 첫 상경 집회다.


유가족들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용산역 앞 잔디밭에서 본 집회가 열리는 대통령실 앞으로 향했다.


걸음걸음마다 유족들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희생자의 영정을 가만히 손으로 어루만졌다. 슬픔을 참지 못하고 중간중간 한탄 섞인 한숨을 쉬기도 했다.


본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대표는 "비행기와 함께 가족들과 저희 인생도 모두 폭발했다"며 "열 달이 지났어도 진실이 왜 우리 곁에 돌아오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블랙박스는 공개되지 않았고 조사 기록은 모두 봉인된 채 정부와 국회는 '사고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사고 원인을 알고 싶다는 것이 그렇게 큰 바람이냐"고 성토했다.


이어 부모님을 잃고 무대에 선 유족 권 모 씨(여)는 "참사는 절대 하나의 원인으로만 일어나지 않는다"며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참사의 원인으로 탓하기 가장 쉽다. 하지만 이 참사가 과연 (숨진) 조종사가 버드 스트라이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야기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마찬가지로 부모님을 잃은 박 모 씨(남)는 "참사 초기 인터뷰에서 잊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이미 잊혔다"며 "제발 국민들께서 아직도 유족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해결을 위해, 조사를 위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호소문을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인 '항공 철도 사고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셀프 조사·밀실 조사 중단 △국토부로부터 독립된 조사위원회(조사위) 마련 △기존 조사위가 보관 중인 모든 자료 이관 △참사 여객기의 조종실 음성기록·비행기록장치·관제 기록 등 핵심 자료 공개 등을 요구했다. 해당 호소문은 대통령실로 전달할 예정이다.


집회에는 100여 명이 넘는 연대 단위와 시민들도 함께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최현 대한민국 조종사노동조합 연맹 위원장은 참사 여객기 기장 한 모 씨(45)를 대신해 마지막 기내 방송을 전했다.


최 위원장이 한 기장을 대신해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자 유족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가 아는 한 기장은 참사 순간부터 단 한 순간도 예외 없이 후회하고 죄인의 마음으로 자신을 탓할 것이다"라면서도 "자책하지 마시라. 기장님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위로했다.


구로역 참사 고 정석현 씨의 누나인 정혜민 씨는 "사고의 양상은 다르지만 국가가 구조적 책임을 개인의 실수로 바꾸는 방법, 구조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 책임을 분산시키는 조사 방식,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은 너무나 똑같다"고 꼬집었다. 구로역 참사는 제주항공 참사와 같이 항철위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항철위는 지난 7월 유족 대상으로 연 정밀 조사 설명회에서 엔진 결함은 없었고 조류 충돌 이후 조종사가 더 크게 손상된 우측 엔진이 아닌 좌측 엔진을 끈 정황이 있다고 전하면서도 구체적인 근거 자료는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가족들은 국토부의 잘못을 국토부 소속 기구가 조사하는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며 조사위 독립 및 핵심 자료 전면 공개를 주장해 왔다.


유가족의 반발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항철위의 중간 조사 보고서 발표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중간 보고서에는 여객기의 조류 충돌 영향 분석 연구용역 및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과 관련된 분석 용역 결과가 담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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