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첫 업무개시명령 발동…尹 "불법행위 책임 물을 것"

29일 국무회의 의결…정부 담화문 발표·국토부 명령 송달

화물연대 파업 지속…기자회견 열고 대화 촉구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물류 대란 등 국가경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했다. 당장 피해가 큰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해서 명령이 발동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의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은 지난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2004년 도입된 제도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가 불법 파업에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가 지난 24일부터 무기한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했다.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 대해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고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며 "경제 위기 앞에 정부와 국민, 노사의 마음이 다를 수 없다. 화물연대 여러분,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 주십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29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한 직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지 않고 민생, 물류, 산업의 어려움을 방치한다면 경제위기 극복도 불가능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추 부총리는 "이번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따라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즉시 복귀해야 한다"며 "복귀 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시멘트 업계의 운송거부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송달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국무회의 의결이 완료된 현시점부터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된다"고 밝혔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명령서 발부 다음 날 밤 12시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운송사업자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거부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명령 위반 시에는 화물차운송사업·운송가맹사업 허가 정지 및 취소까지 가능하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대화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위헌적인 업무개시명령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법률가들의 공통된 의견은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역과 강제근로를 금지하는 우리 헌법 제12조 1항과 근로기준법 제 7조에 위배된다는 것"이라며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커다란 지장'이나 '상당한 이유' 등 자의적인 요건 규정으로 정부가 임의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업무개시명령은 국제협약에도 위배된다"며 "파업에 대한 제재로 행해지는 강제근로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기본원칙과 핵심협약(29호, 105호)에서 분명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파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지더라도 파업은 계속할 것"이라며 "명령 후 어떻게 할지 논의된 것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파업을 예고한 서울교통공사 노조(30일), 전국철도노조(12월2일) 등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지하철과 철도 등 다른 부문 파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뿐 아니라 지하철과 철도 등 연대 파업도 예고돼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연대 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 산하의 철도, 지하철 노조들은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 절대 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갖고 있다. 민주노총의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연대 파업이 6일째 이어지면서 산업 전반에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8일 시멘트업계 전체 출하량은 2만2000톤으로 성수기 하루 20만톤의 11% 수준에 그쳤다. 시멘트 성수기는 9월부터 12월 초까지다. 협회는 파업 첫날부터 5일째까지 누적 피해핵이 6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레미콘 업체, 건설 현장 등도 영향을 받았다.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면서 전날부터 일부 레미콘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20개 건설사의 전국 912개 건설 현장 중 508개(56%)가 멈춰섰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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