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5주년 시애틀독주회 감동 물결
세계적 피아니스트 서혜경 교수(경희대 기악과)가 시애틀에 ‘행복 바이러스’를 선물했다.
제 68주년 광복절이자 65주년 건국절을 기념해 15일 밤 시애틀 베나로야홀 소극장에서 열린 서씨의 리사이틀은 피아노라는 건반악기가 낼 수 있는 ‘최상의 소리’를 향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줄리아드 음대 박사 출신으로 이중언어가 완벽한 서 교수는 매 곡마다 그 곡이 작곡된 배경과 의미를 해설해주며 그녀의 손가락이 터치하는 건반과 청중들이 ‘음악 대화’를 나눌수 있도록 인도했다.
이날 독주회의 레퍼토리는 성공한 피아니스트로서,그리고 평범한 한 여자로서 겪어야 했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에다 암 발병,투병, 재기 등 자신의 인생 역정을 고스란히 담아냈고, 건국절의 의미까지 넣어 마련됐다.
서씨는 4분의 4박자 알레그로로 아름다운 꿈을 표현한 쇼팽의 연습곡(op25)을 유연하고 섬세하게 연주하며 막을 올렸다. 유방암 투병 과정에서 두 자녀에게 유언으로 들려주고 싶어 녹음했다는 슈베르트의 ‘밤과 꿈’이 뒤를 이었다.
슈만의 ‘헌정’에 이어 뉴욕타임스가 “서혜경의 연주보다 더 아름다운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평했다는 쇼팽의 야상곡이 무대 위에 불이 꺼진 상태에서 3분 동안 잔잔하게 울려 퍼져 청중을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피아노가 반주 악기가 아니라 하나의 등장 인물인 슈베르트의 ‘마왕’에서는 말발굽 소리의 역동적이면서도 애간장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18번 변주곡을 광시곡 풍으로 연주한데 이어 1부 마지막 곡으로 서씨 자신이 편곡한 아리랑 변주곡을 500여 청중에 선사했다.
서씨는 마치 여러 대의 악기들이 협주하는 듯한 기법, 그리고 느림과 빠름의 편곡을 통해 한민족의 한과 열정 등을 모두 담아내 큰 박수를 받았다.
서씨는 2부에서 ‘피아노로 못 내는 소리가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현란한 손놀림으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선사했다.
마지막 레퍼토리는 쇼팽의 전주곡(op.28)으로 24개 중 장송곡(21번)이 포함된 12개를 잇달아 연주했다. 베토벤ㆍ슈베르트ㆍ슈만ㆍ쇼팽ㆍ라흐마니노프등 고전과 낭만을 아우른 2시간이었다.
서씨의 무대 막이 내리는 것을 아쉬워한 청중들은 모두 일어나 열렬한 박수와 탄성을 보냈고 서씨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에 이어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무려 3곡을 앵콜곡으로 연주한 뒤 무대 뒤로 물러설 수 있었다.
서씨는 시애틀과 독특한 인연이 있다. 리사이틀을 워싱턴주 음악협회와 공동주최한 워싱턴주 건국 대통령 이승만박사 기념사업회 회장인 김정일 목사가 전 시아주버니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초청해 시애틀 한인들에게 아름다운 문화공연을 선사하자는 취지에 따라 한국일보 시애틀지사와 시애틀총영사관이 특별 후원을 맡았다.
집념과 열정에다 시련 이긴 겸양까지 갖춘 피아니스트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 시애틀 시집온 이소연박사도 참석
카네기홀이 ‘세계3대 피아니스트’로 선정했을 정도로 유명한 서씨는 2006년 9월 유방암 말기진단을 받고 피아노를 포기하도록 권유 받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8번 항암 치료와 절제 수술, 무려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이겨낸 ‘집념과 열정’의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하다.
서씨는 이날 독주회가 끝난 뒤 1시간 이상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기념 촬영도 해줘 인생의 시련을 극복하고 겸양의 미덕을 갖춘 한 음악인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이날 독주회에는 최근 시애틀로 시집 온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기사제공=시애틀 한국일보(시애틀N 협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