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목 회장의 6ㆍ25전쟁 참전기-7] 미국 포병학교서 5개월 교육을 받다
- 21-08-01
윤영목(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됐던 6ㆍ25 한국전쟁이 발발한지도 7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6ㆍ25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청년들도 이제는 80~90대가 되면서 대부분 참전 용사들이 하늘나라도 떠나고 생존해 있는 용사들이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조국인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오늘날의 번영은 없었을 것입니다.
올해 만 90세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윤영목(병충학 박사) 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이 생생한 한국전 참전기를 보내와 시리즈 형태로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애독을 당부 드립니다. /편집자註
미국 포병학교서 5개월 교육을 받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Pullman’이라고 불리는 침대열차로 LA와 El Paso를 거쳐 약 3일간의 기차 여행 후 목적지인 오클라호마주 포트 씰(Fort Sill)에 무사히 도착했다. LA에서는 대형 버스로 할리우드 등지를 구경할 수 있었고 El Paso에서는 자유시간을 줘 중국 식당에 들러 찹 수이(Chop Suey)점심을 맛있게 먹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육군 포병학교에 도착하자 1인1실의 숙소로 안내됐으며 약 5개월간에 걸쳐 포술, 통신, 독도법, 차량정비 등의 철저한 교육이 실시됐다.
주말에는 수영, 영화 구경 외에 시내 중국식당에서 ‘야카멘’이라고 하는 중국식 고기 국수를 즐겨 먹었다. 영어해독과 회화에 문제가 있었으나 통역장교가 동행해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가끔 언어 소통문제로 개별적인 희극이 벌어지곤 했다.
그 중 한 사건을 소개하자면 주말 오후 영화 관람을 위해 영화관 앞 잔디밭에서 동료 들과 개관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귀여운 동물 한 마리가 껑충껑충 다가오는 것이었다. 함께 간 동료 친구가 그 동물 뒤를 쫓아갔는데 그 동물이 잠시 멈춰서더니 꽁지를 쳐들고 뒤따라가던 친구 얼굴과 가슴에 한줄기 액체를 퍼부었다.
이 동물은 다름아닌 ‘스컹크’였으며 그것이 스컹크의 방어와 공격 수단이었다. 이 동물이 발사한 액체의 지독한 냄새는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바다. 이 친구는 즉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돼 그곳에서 전신 세척을 받고 오후 늦게 숙소로 돌아왔다. 스컹크를 모르고 따라가다 발생한 한 토막 희극이었다.
전쟁중인 1952년 약 5개월간 미국에서 철저한 재교육을 받고 귀국길에는 팬암(Pan-Am)여객기로 괌을 거쳐 일본 동경에 도착했다. 이곳 미군기지에서 3박4일 대기후 요코스카항에서 수송선을 타고 인천항에 무사히 귀착했다. 2차대전 중 B-29 폭격 으로 폐허가 됐던 동경이었는데 종전 후 7년이 지난 1952년 동경은 깨끗이 정돈된 상태였다. 미국에 있는 동안 매달 140달러씩 받은 용돈을 모아 작은 선물도 마련할 수 있었으며 그곳에서 습득한 새로운 군사지식은 귀국 후 큰 보탬이 되었고 육군 포병병과 확장계획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제97,78포병대대 복무(1952년 9월~1953년3월)
귀국 후 수일간 휴식후 중부전선에서 활약중이던 또 다른 155mm곡사포 부대인 제97포병대대에 부임 후 정보와 작전과장을 역임했다. 1953년 3월에는 대위 진급과 동시에 제78포병대대 창설요원으로 전라도 광주근교에서 작전과장으로 부대편성을 완료한 후 부대는 서울 숙명여대 건물로 이동했다. 화포와 기타장비 일체를 지급받아 일약 화천지구 전투에 참가했다. 이곳에서 보병부대 지원사격을 계속했으며 7월 27일 휴전 직전 중공군의 화천발전소 탈환을 위한 총공세가 전개되었으나 아군의 치열한 방어전으로 그들의 공세를 무사히 저지할 수 있었다.
1953년7월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자 3년1개월의 전투가 일단 정지상태에 접어 들었다. 어제까지 들렸던 총소리가 오늘 갑자기 멈춰버린 것이 너무나 이상 야릇하게 느껴졌다. 정전협정을 환영해야 할지 반대해야 할지 한동안 망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정전 후 제78포병대대는 양구 북방 격전지였던 ‘판치볼’로 이동해 전선일대의 정비 작업에 임하게 됐다. 대자연이 만든 초대형 사발그릇 모양의 판치볼에는 그 당시 주인없는 초라한 집들이 몇 채 있었다. 그때 그 넓은 분지는 휴전을 축하하듯 코스모스 꽃으로 매워져 있었다. 그 광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인상적이어서 필자는 훗날 ‘휴전선의 코스모스’라는 제목으로 시 한편을 쓰게 됐다. 그런데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불상사가 발생했다. 부대 병사가 가까운 집 뒷마당에 있는 배나무에 올라 가려다 그곳에 걸려있던 대인지뢰 줄을 건드려 지뢰가 폭발해 그 병사는 현장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지금 이곳은 양구군 해안면으로 한 면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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