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목 회장의 6ㆍ25전쟁 참전기-5] 김영국 전우 735고지서 최후 맞아
- 21-07-27
윤영목(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됐던 6ㆍ25 한국전쟁이 발발한지도 7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6ㆍ25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청년들도 이제는 80~90대가 되면서 대부분 참전 용사들이 하늘나라도 떠나고 생존해 있는 용사들이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조국인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오늘날의 번영은 없었을 것입니다.
올해 만 90세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윤영목(병충학 박사) 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이 생생한 한국전 참전기를 보내와 시리즈 형태로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애독을 당부 드립니다. /편집자註
김영국 전우 735고지서 최후 맞아
중공군의 인해전술
1951년 9월1일, 해가 저물자 밤 10시경에 중공군 1개연대 병력이 인해전술로 735고지를 향해 총공격을 가해 왔다. 1개 연대 병력은 김영국 중대의 거의 10배에 달했다. 공군과 포격지원이 어려운 야간전투를 감행해온 것이다.
필자는 즉시 포병대대 본부에 상황 보고를 하고 735고지에 파견된 이 소위와 긴밀한 교신을 유지하면서 사격 명령을내렸다.
735고지 후방에서 밀려오는 중공군을 강타하는 동시에 조명탄을 발사해 적군위치를 노출시켜 아군의 방어전에 협조했다.
전투는 자정이 넘도록 계속됐고 수적으로 월등히 우세하고 야간전투에 능한 중공군은 김영국 중위가 지휘하는 7중대원의 필사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고지정상에 접근해왔다.
김영국 중대장은 시시각각 대대장에게 전투상황을 보고해왔다. 이 시점에 이 소위를 대동했던 통신병의 긴급보고가 들려왔다. 이 소위가 실신상태가 되어 더이상 그곳에서 임무수행이 불가하니 필자가 있는 대대 지휘소 고지로 철수해야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상황을 본부에 보고하고 이 소위 관측반 4명 일행의 철수를 초조히 기다렸다. 약 40분후 이 소위를 수행한 관측병이 이 소위를 등에 업고 무사히 대대 지휘소에 도달했다. 이 소위는 그때까지도 의식불명 상태였다. 생후 처음 겪은 치열한 전투에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김영국 전우의 최후와 마지막 한마디
7중대 중대원의 희생이 급증하고 전황이 급속도로 불리해지고 있었으나 대대장은 계속 김영국 중대장에게 사수명령을 내렸고 새벽 1시경에는 중공군이 드디어 고지정상까지 침투해왔다. 새벽 1시30분경에는 드디어 피아가 뒤엉킨 백병전으로 이어졌으며 이 상황에서는 포격지원도 불가능해졌다.
이윽고 김영국 중대장은 모든 것을 단념한 듯 필자에게 “나와 중대원의 생사에 개의치 말고 735고지 정상에 일제히 포격을 가해달라”는 최후의 요청을 전해왔다.
이 얼마나 처절하고 비장한 결단이었겠나? 결국 김영국 중대장은 위의 마지막 한 마디를 필자에게 남기고 적진에 돌진해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다.
다음 날 해가 밝아오자 함병선 사단장은 예비 병력을 동원해 735고지 탈환전에 돌입했다. 미 고문관을 대동하고 대대 지휘소 고지에도달한 사단장은 고문관의 협조 하에 우선 미군 전폭기의 735고지 폭격과 한미 포병화기의 집중 포격으로 중공군 방어진을 강타한 다음 약 4시간의 격전 끝에 고지탈환에 성공했다.
탈환 후 고지에서 전사한 김영국 중대장의 시신을 대대지휘소로 후송해 왔으며 필자는 물론 대대장, 그리고 주위 병사들의 엄숙한 마지막 작별 예식이 치러졌다. 하룻밤사이 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 이 처참한 현실을 직접 목격하면서 전쟁의 비극을 새삼 실감하는 동시에 김영국 중대장의 명복을 빌었다.
그후 김영국 중위에게는 한미 대통령과 미8군사령관의 표창장, 한미무공훈장에 1개급 특진 등 각종 포상이 수여됐고 육군 전사에는호국영웅으로 추대됐다. 이 전투 이후 필자는 가수 허성희가 부른 히트곡 ‘전우가 남긴 한마디’를 제일 애창곡으로 삼고 있다.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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