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공 미사일 혹은 파편에 맞았을 것"

"판치르-S 방공망 사용했을 듯…전파 교란으로 통신 마비"

최근 38명의 사망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러시아의 대공 미사일로 인한 것이라는 당국의 예비 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초기 조사 결과 러시아 대공 미사일 혹은 그 파편에 맞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항공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예비 조사 결과 항공기 추락 원인이 외부의 물리적·기술적 간섭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예비 조사 결과를 알고 있는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 중 1명은 여객기가 러시아 판치르-S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 근거로는 여객기가 목적지였던 그로즈니에 접근하는 동안 전자전 시스템으로 통신이 마비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다수의 방공 시스템을 배치해 첨단 전자 전파 방해 장비로 우크라이나 드론의 위치와 통신 시스템을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은 "고의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 측이 여객기 격추를 자백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뉴스도 사고를 조사하는 공식 소식통을 인용해 생존한 승객들이 폭발음과 함께 포탄의 파편 같은 것이 비행기에 부딪혀 동체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사고기 탑승객 중 하나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사고기가 원래 목적지인 그로즈니에 접근했을 때 적어도 한 번 큰 소음이 났다고 증언했다.

탑승객인 수본쿨 라키모프는 "비행기가 부서질 것 같아서 쾅 소리가 들리자 기도문을 읊고 마지막을 준비했다"며 "비행기가 마치 술취한 것처럼 비틀거렸다"고 회고했다.

WSJ는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사고 원인이 러시아의 방공망이라는 증거가 늘어나며 러시아가 인정해야 한다는 기대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앞서 아제르바이잔 항공 측은 25일 사고 당시 승객 62명과 승무원 5명 등 총 67명이 타고 있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현재까지 생존자는 29명, 사망자는 38명이다.

러시아 측은 사고기가 새 떼와 충돌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오인 격추설을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아제르바이잔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더 추가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러시아 항공규제당국이 이번 사고에 관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카자흐스탄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조사는 아제르바이잔 검찰이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