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송명희] 국화차를 마시며

송명희 시인(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국화차를 마시며


물 위에 후두두 떨어진 국화 몇 송이

자유로운 생명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소멸의 순간을 지나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납니다

이렇게 한 생에서 다른 생으로 건너가며 

생략되는 수많은 길을 무심히 봅니다


목이 쉰 바닥 위에 비틀어진 골격 그림자로

식은 꽃잎은 뜨거운 세상에서 안간힘을 씁니다

질기게 버티는 그 목숨, 누군가 후후 붑니다

당신의 동의 아래 지상에서 멀어지는 거죠


이제 새해입니다

한 생의 향기를 다시 피워주세요

당신 눈길 아래, 기도 소리 소복한 찻잔을 채우겠습니다

“가난한 사람의 고통이 덜어지는 한 해를”

“힘 있는 사람의 자비가 더 퍼지는 한 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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