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아웅산 수치 6년 감형…사실상 종신형인데 강행한 속내는?

내정 불간섭 깬 아세안 눈치…'보여주기식' 감형

中 입김 작용했다는 분석도…"국경 안전 추구"


최근 미얀마 군사정권이 불교 경축일을 맞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형량을 6년 단축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그래봤자 징역 33년에서 27년으로 줄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미얀마가 최근 내정 불간섭주의 원칙을 버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중국의 압박 때문에 보여주기식으로 감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치벨레(DW)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은 지난 1일 수치 고문에게 제기된 19건의 혐의 가운데 5건을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치 고문의 형량은 징역 33년에서 27년으로 줄었으며 그의 가택 연금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수치 고문의 나이는 78세로, 징역 27년은 사실상 종신형이기 때문에 완전한 사면이 아닌 이상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그런데도 군정이 사면을 결정한 데는 당장 군정을 향한 부정적인 국외 여론을 잠재우려는 목적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압승하자 이를 부정선거라 규정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군부는 반대 세력을 무참히 탄압했으며 현재까지도 반군 세력과 민간인들을 유혈 진압했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를 비판했지만 아세안은 내정 비간섭주의를 내세우며 유혈사태 해결을 위해 '5가지 평화 계획' 등에 합의할 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미얀마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아세안은 미얀마 군정을 정상회의에서 배제했고 그나마 우호적인 태국이 지난 6월 미얀마 군정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이려다 주요 회원국들이 줄줄이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이처럼 아세안마저 미얀마 군정에 등을 돌리자 수치 고문 감형 조치로 진화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는 이번 조치를 "국외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정치적 속임수"라며 "모든 정치범들은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전문가 데이비드 매시슨은 DW에 "무엇이 이러한 결정을 촉발했는지, 군정이 둔 도박인지 아니면 군정에 대한 저항을 막기 위한 정권 내부의 결정인지 알 수는 없다"면서도 "결론적으로 이 결정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주미얀마 네덜란드 대사로 지냈던 레티티아 반 덴 아섬은 가디언에 "이런 터무니없는 감형으로 미얀마 군정은 해외에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에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얀마 전문가인 호주 정치분석가 헌터 마스턴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얀마 군정이 과거 수치 고문을 지지했던 인도나 중국과 같은 국가들로부터 감형을 통해 더 많은 지원을 얻으려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시슨은 "확실히 알기 전까지 중국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면서도 "중국이 어느 정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정과 관계를 강화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수치 고문의 석방과 유혈사태 종식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을 때도 러시아, 인도와 기권한 바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의 딜런 로 조교수는 특히 중국이 미얀마 군정과 반군과의 갈등에 따른 국경 불안을 원치 않는 만큼 군부가 감형으로 상황을 조금이나마 무마하려고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편 수치 고문 측은 이번 감형으로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입장이다.

마 아웅 NUG 총리는 수치 고문의 감형은 환영할 일이지만 "군부가 매일 마을을 폭격하고 1만7000여명이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으며 경제가 파탄 난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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