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년 경제규모 '세계 톱10' 밖으로…'전쟁' 러시아에 밀린 이유

에너지 급등에 급락한 원화. "환율 변하면 재진입 가능"

진짜 걱정할건 따로? 이창용 "日은 부자노인 많지만…"


작년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서 밀린 것은 실질적인 성장 둔화보다 원화의 가치가 외부 충격 탓에 다른 나라 통화보다 더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환율 변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재진입이 가능하다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다봤다.

정작 문제는 환율 착시로 인해 작년과 올해 잠깐 나타나는 순위 하락이 아니며,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라 향후 본격화될 '진짜(구조적인) 저성장'이라고 이 총재는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작년 우리 경제 규모 순위가 3계단 떨어져 세계 10위에서 밀려났는데 앞으로도 진입이 어려울 걸로 보느냐'는 질문에 "환율 변동에 따라 얼마든 다시 조정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달러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대략 1조6000억달러로, 러시아(2조달러), 호주(1조7000억달러), 브라질(1조6000억달러)에 추월당했다.

우리를 추월한 3개국은 한 해 전에는 우리 다음 순위인 11위(러시아·1조7787억달러), 12위(호주·1조7345억달러), 13위(브라질·1조6089억달러)를 차지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명목GDP 1조8000억달러 수준의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었다.

그런데 1년 새 3개국에 모두 추월을 허용한 것이다. 특히 국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보다 순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모았다.

이 총재는 이를 두고 "환율 변화에 주로 기인한 단기적인 순위 변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에너지(수입)에 굉장히 의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작년 석유값이 오를 때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많이 낮아졌다"며 "반면 순위가 오른 3개국은 모두 에너지·원자재 생산국·수출국이라 환율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은 제공)
(한은 제공)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평균 1292.33원으로 전년(1144.63원)에 비해 12.9% 급등했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내리고 달러의 가치는 올랐다.

이와 대비되게 지난해 러시아 루블의 가치는 한 해 전보다 달러 대비 5.7% 내린 것으로 계산된다. 브라질 헤알은 4.3% 하락, 호주 달러는 7.6% 상승했다. 통화 가치 하락이 원화보다 훨씬 덜했던 셈이다. 

그 이유는 지난해 공급망 차질과 국제 전쟁 등에 따른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이었다. 이것이 3개국이 국제 무역으로 본 이득(상품수지)을 늘려 자국 통화 가치 방어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작년 러시아의 상품수지는 1903억3741만달러로 전년(3079억7784만달러)보다 61.8% 급증했다. 브라질(363억6337만→441억5327만달러·21.4% 증가), 호주(874억7815만→1123억9653만달러·28.5%)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상품수지는 2021년 757만3090만달러에서 지난해 150만6090만달러로 80% 급감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입 증가에 수출 부진이 겹치면서 3개국 통화와 비교해 원화의 끗발이 더 약해진 것이다.

이에 이 총재는 "한국이 순위가 단기적으로 내려갔는데, 이는 환율 변동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에 의한 이런 변화를 걱정할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 자국 물가 둔화에 따라 금리 인상을 추가 1차례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260원대까지 내렸다. 남은 하반기에는 1200원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오히려 이 총재는 "더 걱정인 것은,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하게 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고령화·저출산 등 구조조정을 미뤘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이 많이 둔화됐고 이를 고려하면 한국 성장률이 낮아지게 되면 불가피하게 경제 순위도 낮아지지 않겠나"라면서 "그게 더 구조적으로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간담회 다음 날 외부 강연에서도 같은 우려를 표출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새 성장 동력과 관련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과거 70년대부터 고도성장에 익숙했던 그 말이 잘 달렸는데 이제 이 말이 시들시들하다. 바꿔 타야 하는데 그동안 잘 달려왔다는 것, 그 말 주인이 너무 많아서 말 바꾸는 것에 엄청난 사회적 저항이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어떻게 바꿔야 되느냐, 구조조정이 우리나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령화와 관련해 일본의 전철을 따르지 말자고 촉구했다.

그는 "일본 경제가 고령화라는 점에서 우리가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면서 "게다가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우리가 더 빠르고 일본은 70~90년대 버블이 꺼지기 전에 해외투자를 많이 해서 잘사는 노인이고, 우리는 돈 없는 노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을 개선하지 못하면 일본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일본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그게 반드시 정해진 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이런 추세를 구조개혁 못해서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이지는 말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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