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넘던 달러, 1200원대로 뚝"…환율에 웃고 우는 기업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수출기업, 달러·원 환율 하락에 실적 악화 우려

수입 비중 큰 곳은 환영…항공사, 리스비 부담 줄어


지난해 1440원대까지 올랐던 달러값이 최근 1200원대 중후반까지 떨어지면서 기업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수입 비중이 컸던 회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수출기업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수출기업은 달러 강세로 매 분기마다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환차익을 누렸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꺾이면서 실적 개선 요인이 줄게 됐다.

반면 항공과 철강 등 달러 원자재 수입 거래 비중이 큰 기업들은 긍정적이다. 달러·원 환율이 낮아져야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15일) 달러·원 환율은 1280.5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14일(1442.5원)과 비교하면 162원, 약 한 달 전인 5월 12일(1344원)에 비해서는 63.5원 떨어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시가 기준) 1426.8원까지 올랐던 달러·원 환율은 11월 1361.88원으로 내린 데 이어 12월과 올해 1, 2월 하락하면서 1200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3월 1300원대를 회복하고, 지난달 1328.64원까지 올랐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제가 악화된 것이 원인이었다. 안전자산인 달러로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물가안정 기대에 따라 금리인상이 중단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경기 침체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다시 환율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기업들은 환율에 민감한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005930) 등 수출 기업들의 표정은 좋지 못하다. 안 그래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운 실적이 더 악화할 수 있어서다.

수출기업들은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일 때 해외에서 1달러짜리 물건을 판매하면 1200원을 받지만, 환율이 1400원으로 상승하면 200원을 더 챙길 수 있다. 같은 상품이라도 수익성이 좋아지는 셈이다. 반대로 환율이 꺾이면 이익이 줄어든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에서 1300원이 되면 이익 100원이 깎인다. 

반도체 사업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는 수출 비중이 크고, 대부분 달러를 기반으로 결제해 환율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지난 1분기 달러·원 환율이 1276.0원으로 전분기(1359.91원) 대비 83.91원 내리면서 약 7000억원 정도 손실이 있었다. SK하이닉스도 올 1분기 적자에 환율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조선, 배터리 등도 달러 약세가 반갑지 않다. 수출 물량에 대한 대금을 달러로 거래하는 만큼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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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강달러 피해를 봤던 항공과 철강업계는 달러·원 환율 하락(달러 약세)이 반갑기만 하다. 그동안 강달러 탓에 본 피해가 만만찮다.

항공사는 리스(빌림)료와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하다. 대한항공(003490)은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10원 내리면 300억원이 넘는 외화평가이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환율이 10% 상승하면 3585억원의 세전순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도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고환율의 장기화는 비용 급증으로 이어진다. 환율이 떨어질수록 유리하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업계별 온도 차가 크다"며 "수입 비중이 큰 기업은 환율 하락이 반갑지만, 수출 기업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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