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인플레 인식 변화…부인→분노→협상→절망→수용→죄책감→재건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비극적 사건을 대하는 인간 감정의 흐름처럼 인플레이션에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이터는 14일(현지시간) '파월이 말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슬픔의 단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부인, 분노, 협상, 절망, 수용, 죄책감, 재건이라는 흐름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5~5.25%로 동결했는데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인상이 처음으로 중단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에 대한 연준 대응이 종지부를 찍었다는 의미라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그러면서 로이터는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발언을 "사람들이 비극적이거나 불행한 사건에 대응하는 방식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시간의 흐름순"으로 전했다.

1단계는 인플레이션을 부인(DENIAL)하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2021년 3월 17일 기자회견에서 과잉 저축에 따른 과잉 지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있다"면서도 "일회성(one-time sort)"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2단계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분노(ANGER). 로이터는 파월 의장이 평정심을 유지하기로 악명이 높다는 점에서 분노라는 단어가 다소 강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처음에 표현한 것은 그만큼 '성가시다(vexing)'고 느낀 것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2021년 7월 28일 회견에서 일시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물가) 인상이 발생하고 역전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시 말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겠지만 그 과정이 멈출 것이라는 뜻"이라고 답했다.

3단계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판단이 틀렸을 경우를 대비해 협상(BARGAINING)하는 것.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엇을 지켜볼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했고 이는 일종의 협상이라고 로이터는 봤다. 그는 2021년 8월 27일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연례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의 두 가지 임무의 균형을 유지하는 발언을 내놓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실업이 길어지면 노동자와 경제의 생산력에 지속적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도 "중앙은행이 일시적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사라질 것이라고 당연시해서는 안된다고 역사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4단계는 지속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을 확인한 후 절망(DEPRESSION)이다. 파월 의장이 제시한 인플레이션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절망적' 지표들이 나오면서 경제와 임금은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는 2021년 9월 22일 기자회견의 서두 발언에서 항복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에 대한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병목 현상이 예상보다 더 크고 오래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5단계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인정한 수용(ACCEPTANCE). 2022년 3월부터 연준은 금리를 올리기 '뒤늦게' 올리기 시작했지만 인플레이션은 가속화했다. 결국 파월 의장은 2022년 6월 15일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며 "올해 인플레 전망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금리 인상폭을 0.75%p라는 형태로 실행했다"고 말했다.

6단계는 인플레이션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죄책감(GUILT)이다. 로이터는 '2단계의 분노처럼 너무 강한 단어일 수 있다'면서도 파월 의장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예측을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용시장에 타격이 필요하다고 더 솔직하게 말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2022년 8월 26일 잭슨홀 회의에서 "금리인상, 성장둔화, 고용여건 악화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겠지만 가계와 기업에도 고통을 유발할 것"이라면서도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치러야 하는 불행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7단계는 재건(RECONSTRUCTION). 인플레이션에 대한 마지막 장(chapter)지만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라고 로이터는 표현했다. 파월 의장은 2023년 6월 14일 회견에서 물가 상승이 둔화되고 있고 실업률이 여전히 낮으며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다소 위안을 삼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경제전망에 따르면 대부분이 생각하는 목적지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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