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6 추격받은 美경비행기 조종사, '산소 부족' 가능성
- 23-06-06
현장 찾은 조사관 "압력 저하 발생 고도"
쓰러진 모습, 출격 전투기 조종사 목격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해 미 공군 F-16 전투기와 추격전을 일으켰던 경비행기가 추락한 것은 조종사가 산소 부족으로 인해 의식을 잃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관들은 버지니아주 산골의 경비행기 추락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제프 구제티 NTSB 조사관은 비행 데이터를 토대로 해당 경비행기가 뉴욕 상공에 도달하기 전부터 조종사의 통제를 받지 않은 채 자동조종장치로 비행했다며 이같은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제티 조사관은 "기내 압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는 높은 고도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며 "고도가 높을수록 산소를 공급받을 시간이 줄어든다. 조사 과정에서 산소 공급 시스템을 마지막으로 정비한 시기와 관련 정비 기록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조사 상황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들은 당시 출격한 F-16 전투기 조종사도 경비행기 조종사가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WP에 전했다. 높은 고도에 다다르자 기내 기압 저하로 인해 산소가 희박해져 조종사가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경비행기는 약 1만300m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경비행기를 몰았던 제프 헤프너는 숙련된 조종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기록에 따르면 130인승짜리 제트 여객기 '보잉 737'을 몰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최근 10월에 받은 건강 검진 결과도 양호했다. 해당 경비행기 소유주인 존 럼펠도 헤프너가 최근 5년간 비행을 지속해 왔다고 WP에 전했다.
앞서 지난 4일 경비행기는 테네시주 엘리자베스턴에서 이륙해 뉴욕 롱아일랜드 맥아더 공항를 향하던 도중 예정된 항로를 벗어나 워싱턴DC 상공에 무단 진입했다.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는 경비행기가 무전에 응답하지 않자 F-16 전투기를 긴급 출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전투기가 초음속 비행을 하면서 이른바 '소닉붐'이라고 불리는 음속 폭음이 인근 메릴랜드와 버지니아까지 퍼져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F-16 전투기는 경비행기 조종사의 주의를 끌기 위해 플레어(Flare·섬광탄)를 사용했지만, 조종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NORAD는 밝혔다. 경비행기는 결국 같은 날 버지니아주 조지워싱턴 국유림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를 포함해 경비행기 탑승자 4명 전원이 사망했다.
해당 경비행기는 플로리다주에 본사를 둔 중고차 거래업체 앙코르 모터스(Encore Motors)의 소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럼펠은 당시 비행기에 자신의 딸과 2세 손녀, 유모, 조종사 등 총 4명이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추락 현장 인근에서 기자들을 만난 아담 게르하르트 NTSB 조사관은 "잔해가 산산조각이 났다"면서 앞으로 현장에 3∼4일 정도 머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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