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수필-최은희] 라떼는 말이야
- 23-01-02
최은희(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라떼는 말이야
“나 때는 말이야”
이 말이 나오려 할 때마다 멈칫 조심스러워진다. 그 말이 나만 옳다는 편협하고 독선적인 어른들의 꼰대질로 치환되어 부정적 의미로 쓰인단 사실을 알고 부터였다. 사사건건 지적하는 어른들을 비아냥대고 비꼬는 신조어라고 한다. 그들만의 은어로 약간 비틀어 사용하다 보니 '나 때'가 '라떼'로 변한 셈이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보다 살아온 시간이 더 많은 노인이 버릇처럼 지나간 시간을 언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서두가 그 말인 걸, 소위 내가 기성세대로 편입되고 나니 불편하고 억울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저 부질없는 하소연일 텐데 그조차 듣기 싫어 귀를 막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의 세태를 반영하는 말이니 말이다. 당신들과는 한마디도 나눌 수 없으니 첫마디조차 내뱉지 말란 소통을 거부하는 단어 선택이 몹시 씁쓸하다. 그래서 무심코 터져 나오려는 그 말에 입막음하느라 바쁘다.
세대 갈등, 분명히 있을 법한데 실체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 모호한 존재였다. 언제 이렇게 자리 잡았는지 정작 기성세대들은 알지 못한다. 스마트 폰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한 그들만의 놀이 공간에서 구세대를 맘껏 조롱한들 어찌 알겠는가? 귀를 활짝 열고 할머니에게 옛날얘기를 졸랐던 우리 유년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옛날 옛적에'하고 시작되는 이야기는 빼곡히 쟁여져 쌓인 장엄한 시간 속, 어느 한 매듭을 풀어 헤치려 시작하는 말이었다. 유구한 세월의 흔적으로 쓰러져가는 폐가와 어우러져 이끼 낀 고목들이 딸려 나온다. 그냥 빛바랜 사진첩이 되어 세월 따라 흘러가는 회색빛 과거가 머물러 있다.
영겁의 침묵만이 존재하는 신의 공간, 다가갈 수 없는 심연. 이렇게 세월은 모든 걸 변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한때 거기에 있던 사람들의 생기 가득했던 그 시간은 달빛 아래 처연히 물드는 전설이 되었다. 할머니의 할머니 그 이야기 속의 시간은 더디다.
지구촌이라 불릴 정도로 소셜 미디어가 활성화 되어 오지 곳곳까지 미세한 그물망으로 연결된 사이버 세계는 세월을 뛰어넘고 세상을 넘나든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가능한 세상, 햄버거 커피가 나오고 사랑도 나온다. 날카롭게 상처를 내고 때론 목숨까지 앗아가는 무지막지한 칼날이 되기도 한다.
태양 아래 찬연히 빛나는 현재는 숨 가쁜 세상이다. 팽팽 돌아가는 중심에서 어떻게든 버텨 보려 애쓰지만 역부족이다. 그 몇 번의 클릭이 어려워 점점 옆으로 밀려나 어느새 한 귀퉁이에 비켜 서 있다.
굼뜨고 더딘 육체를 가진 지금에서야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옛날 옛적 이야기, 이제는 얼마든지 들어 줄 수 있는데 예전 말하던 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내 말을 들어 줄 이는 귀 막고 서로 다른 소통의 수단을 가지고 살아간다. 도돌이표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며 대물림되는 인생의 한 단면이겠지.
고리타분한 넋두리로 여겨졌다. 예전에 부모에게 했던 무심하고 성의 없던 행동들은 그래서였다. 부모의 나이가 된 지금, 업보처럼 고스란히 내게도 닥치니 이젠 알겠다. 사람이 사람을 추억하는 버릇이다. 사람이 사람과의 인연을 반추하는 버릇이다. 그래서 같이했던 하루하루가 순식간에 그리움이 되고 추억이 되는 이 나약함, 나이가 들수록 지독해지는 고질병이다.
아뿔싸! 이렇게 또 주저리주저리 '라떼는 말이야'를 풀어 놓는다. 결국 나도 못 말리는 꼰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대들은 알까? 한겨울 눈 내리는 가운데 서서 유월의 빨간 장미를 생각한다고. 꿈꾸고 갈망했던 시간의 조각들이 서성일 때 우리도 늘 그 언저리에 머문다고.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이라 않던가?
*푸시킨 <삶> 중의 한 구절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워싱턴주 한인교계 큰별 박영희 목사 별세
- [부고] 조기승 서북미연합회 회장 모친상
- [공고] 제 35대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 임시이사회 및 총회
- 워싱턴주 한인그로서리협회(KAGRO) 회원 권익과 안전 위해 최선
- “한인 여러분, 핀테크를 통한 재정관리ㆍ투자 알려드립니다”
- 시애틀 한인마켓 주말세일정보(5월 3일~ 5월 6일, 5월 9일)
- 샘 심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수치심에서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 시애틀 롯데호텔 '미국 최고 호텔 7위' 올라
- “샛별문화원으로 한국문화 체험하러 왔어요”
- "시애틀 한인여러분은 하루에 몇마일 운전하시나요?"
- 한국 아이돌 엔하이픈 시애틀서 멋진 시구에 이치로도 만났다(영상)
- 페더럴웨이 청소년심포니 오케스트라 봄 연주회
- 린우드 베다니교회 이번 금~토 파킹장 세일
- 한국 GS그룹 사장단 시애틀서 집결… MS·아마존 찾아 공부했다
- 올해도 시애틀서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 열린다
- 유니뱅크 올해 흑자로 바로 전환, 정상화됐다
- ‘가마솥 진국’레드몬드 ‘본 설렁탕’5월 특별할인해준다
- 워싱턴주 음악협회, 44회 정기연주회 연다…“예약 서둘러야”
- [서북미 좋은 시-윤석호] 떨고 있을 때
- "한인 여러분, 구글 비지니스로 가게 홍보하세요"
- 오리건출신 한인 2세 미 해군항공학교 수석졸업
시애틀 뉴스
- 시애틀 경찰관들 연봉 엄청 오른다
- 워싱턴주 스포캔 ‘색션 8 바우처’ 다시 배포한다
- 워싱턴주 차량절도 전국서 4번째로 많다
- "뇌물주면 시애틀지역 토지감정가격 낮춰주겠다"
- 시애틀 어린이병원 인종차별혐의로 또 고소당했다
- 보잉 두번째 내부 고발자 사망...미스터리?
- 13억달러 복권당첨된 오리건주민, 절반 친구에게 준다
- 워싱턴주 에버그린 주립대 반전시위 종결
- UW에도 두번째 반전시위 부대 등장했다
- 스타벅스 불매운동 타깃되면서 실적 '어닝 쇼크'
- 시애틀 롯데호텔 '미국 최고 호텔 7위' 올라
- 마이크로소프트 말레이시아에 22억달러 투자한다
- "시애틀 한인여러분은 하루에 몇마일 운전하시나요?"
뉴스포커스
- 尹, 9일 기자회견 가닥…'김여사·채상병' 답변 성패 결정
- 45년 만에 누명 벗은 '거문도 간첩단' 피해자들…27억 국가배상받는다
- 조국 "檢총장 '명품백 신속수사 지시'? 주가조작 수사 덮으려 세게 하는 척"
- "김밥·떡볶이 사먹기도 겁나네"…외식물가, 35개월째 전체 물가보다 높아
- "건드리면 고소"…오피스텔 주차장 1칸 짐 쌓아놓고 독점한 입주민
- "51억 현금 투자"…임영웅, 강남 대신 '마포' 펜트하우스 선택한 까닭
- "회의록 미작성은 직무유기"…의료계, 복지부·교육부 장차관 공수처 고발
- '2000명 증원 근거' 회의록 공방…의료계 "본격적인 반전 국면 시작"
- 김진표, 채 특검법 상정…"尹 대통령 거부권 많이 행사했기 때문"
- 윤 대통령 두 번째 기자회견…'김여사·채상병·거부권' 질문 제한 없다
- '병원 문 닫을 판' 경희의료원…"내달 급여 지급 중단 고려"
- 정부24 오류 증명서 오발급 1233건…"서류 삭제, 현재 정상 발급"
- 김 여사, 어린이날 행사 불참…142일째 공식행사에 안 보여
- 정유라 "내가 국힘보다 돈값 더 해…커피 한 잔 값 후원 좀" 소송비 호소
- AI로 엑스레이 판독·신약 개발…'헬스케어' 옷 입은 카카오브레인
- '갤S24' 조기 출시 전략 성공…폴더블 신작도 효과볼까